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모임 회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경선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모임 회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경선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를 그대로 따른다면 민주당은 ‘대선 180일 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해야만 한다. 역산해보면 9월초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 120일 전’인 11월초 후보를 선출한다.

지난달 초 부산 ‘친문’인 전재수 의원이 현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경선 연기론을 거론한 바 있다. 당시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국민 3,000만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며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선 연기론자’들은 전 의원과 비슷한 논리를 펼치며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잠시 가라앉는 듯 보였던 이 같은 ‘경선 연기론’은 후보 등록 일정이 임박해지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규정을 역산하면 이달 21~22일에는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이후 예비경선(컷오프)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 강성 친문 당원들도 움직이기 시작

강성 친문 당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보다 근 20일 앞서 진행되며 민주당은 선거전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모습을 보였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경선 흥행을 일으킬 때 지난 재보선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선 흥행과 자강을 위해 경선 일정 연기를 촉구한다”며 “60일이라는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변수가 발생할 텐데, 민주당 대선 후보가 먼저 검증을 받는 일정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더민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영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몇몇 초선 의원들이 저한테 (경선 연기 문제를)논의 하자고 제안한 건 사실”이라며 “우리가 논의하는 게 굉장히 민감하게 후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논의할 건지 말 건지를 논의해 봐야 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경선 연기론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2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서 경선 연기론에 대해 “경선 일정은 당헌당규에 나와있다”고 밝히면서도 “대선기획단을 6월 중순경 발족시킬 예정이다. 기획단을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경선 연기론이 더욱 확산되면서 이재명 지사가 고립무원이 되는 양상이다. 이광재·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등이 경선 연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당내 분란을 의식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지도부가 조속히 교통 정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지난 2일 JTBC 인터뷰에서 “뭐든지 원칙대로 하는 것이 좋다”며 “당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합의한 것들, 그런 것들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경선 연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계 민주당 한 의원은 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해진 일정대로 가면 되는 거다. 6월 21~22일경 후보 등록을 하면 사실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지금 경선 과정을 중단하자는 것은 별로 의미 없는 논란만 일으키고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 등록 일정이 다가올수록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경선 연기론이 대세를 이룰 경우 이 지사가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을 내릴지 아니면 끝까지 경선 연기 불가론을 고수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YTN에 출연해 “이 문제는 빨리 매듭을 지어야 될 거라고 본다. 잘못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며 “비슷한 상황으로 2007년도, 14년 전에 당시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경선 연기 문제로) 굉장히 세게 붙었다. 그때 엄청난 분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이재명 지사 측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필요하다면 나는 언제든지 연기되든 연기되지 않든 상관없다는 아주 굉장히 통 큰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오히려 전략적으로 굉장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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