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HEV·PHEV 5개월 누적 판매량, 전년 대비 각 223%·369%↑
수입 전기차 점유율 1.6%, 성장률 38%… 테슬라 포함 시 점유율 6.7%, 성장률 54%
충전소 인프라 및 충전시간 문제 해결해야… 고장 난 전기충전기 방치는 덤

아우디 e-트론 충전 단자. e-트론의 최대 급속 충전 용량은 150㎾로 30분 만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급속 충전 속도는 현재 시판되는 전기차 중에서 가장 빠른 편으로 알려져 있다. / 아우디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은 실정이다. 사진은 아우디 전기차 e-트론 충전부. / 아우디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면서 순수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나,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차량은 판매량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5월 수입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입차 총 판매대수는 12만1,556대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량(HEV)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의 판매대수는 각각 2만8,056대, 9,141대 등 두 종류의 차량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6%에 달한다. 이는 이미 수입 디젤차량 판매량(1만9,573대, 16.1%)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HEV 및 PHEV 판매량은 각각 8,683대, 1,948대 등 수입차 시장의 10.5% 수준에 불과했다. 1년 만에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실적은 HEV가 전년 대비 223.1%, PHEV가 369.3% 상승한 것이다.

수입 전기차도 서서히 판매량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 상승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1∼5월 수입 전기차는 총 1,892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371대) 대비 판매량이 38.0% 상승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4%에서 1.6%로 0.2%p 증가에 그쳤다.

테슬라가 수입차협회에 등록하지 않아 판매량이 함께 집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동기간 테슬라 차량 판매대수(6,769대, 카이즈유 데이터)를 포함하더라도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율은 54.0% 수준이다.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 상승폭에 비하면 크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다.

또한 테슬라 판매대수를 합산할 경우 수입 전기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3%에서 올해 6.7% 정도로 1.4%p 증가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 가운데 대표적인 순수전기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QC △아우디 e-트론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3·모델Y △푸조 e-208·e-2008 △르노 조에 등 13종 정도가 있다.

반면 수입자동차 브랜드에서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HEV 및 PHEV 등 하이브리드 모델은 30종 이상에 달한다. 특히 볼보자동차와 렉서스·토요타 브랜드의 차량을 살펴보면 전 차종이 하이브리드 모델로 구성돼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완성차 기업에서 저공해 친환경을 외치며 전기차를 개발하고는 있으나, 일부 브랜드는 이렇게 아직까지 하이브리드 차량만을 출시하는 실정이다.

/ 뉴시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휴게소에 설치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E-핏(E-pit)이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는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완벽히 되지 않는 점과 전기충전 속도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장 난 채 방치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시설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31일 KBS는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기 방치 현황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 버스회사 차고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20여대가 잡초와 거미줄로 뒤덮여 있다. 또한 제주시 한 주민센터에 설치된 급속충전기와 제주시 내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는 녹이 슬고 터치스크린이 고장나는 등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측에서는 야외주차장과 같은 외부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때 캐노피를 함께 설치해 기계를 보호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비바람이나 모래·눈보라 등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부에서 전국에 설치해 직접 관리하는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지난 5월 기준 총 4,860대가 있는데, 올해 1∼5월 사이 누적 고장접수현황은 2,071건으로 집계됐다. 고장신고 건수는 매월 누적 집계가 되고, 한 충전기에서 2가지 이상의 고장이 접수될 경우에는 고장신고 건수가 중복으로 집계돼 허수가 존재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매월 꾸준히 충전기 고장이 접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기차 충전기 고장이 접수되면 환경부를 비롯해 한국전력 등 충전기를 관리하는 민간 사업자 측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현장에 상주하는 인력이 없어 즉각 대처는 불가능 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은 전기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불편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유튜브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전기차’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전히 전기차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분야 전문가도 전기차에 대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기술인협회장)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비교하면 다원적인 측면에서 사용이 편리한 것은 당연히 하이브리드 차량이 유리하다”며 “국내에 전기차 보급은 빠르게 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충전시설의 질적 성장이 더디다보니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전기차 보급과 함께 관광지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공공형 급속충전기를 공급하면서, 도심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에 따라 누구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심야 완속 충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숙제라고 할 수 있다”며 “또 충전기를 관리하는 주체가 환경부 외에도 한전, 민간컨소시엄 등 다양해서 카드도 여러장이 필요한데, 이를 하나로 묶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향후 이용자들의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계는 일반적으로 수분에 취약한데, 비나 눈을 막아줄 캐노피 등의 보호시설 설치도 뒤따라야 할 것이며, 전기차를 보급하고 충전기 인프라만 확대해 설치하는 것에 이어 꼼꼼한 질적관리가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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