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모기를 쫓기 위해 ‘수정과’를 마셨다고 한다. 과연 모기를 쫓기 위해서 수정과를 마시는 것은 효과가 있을까?/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여름은 ‘휴가의 계절’인만큼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덥지만 손꼽아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보면 지나가는 행인들의 옷차림은 점점 가벼워지는 것으로 여름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여행·휴가·캠핑 등 즐거운 것들만 있으면 좋으련만, 여름이 되면 반드시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우리의 피를 노리고 몰려오는 ‘모기’다. 대표적 여름 해충인 모기는 작고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한번 물리면 극심한 가려움과 통증에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존재다. 뿐만 아니라 모기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생물이라고 하니, 그 위험성은 정말 ‘여름 빌런(악당)’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모기를 쫓기 위해 ‘수정과’를 마셨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생강과 계피를 끓인 물에 꿀, 설탕 등을 넣어 식힌 후 곶감과 잣을 띄워 대접하는 한국의 전통음료 말이다. 할머니나 할아버지처럼 집안 어르신들 역시 수정과를 마시면 모기가 안문다는 이야기를 종종하시곤 했으니, 완전 낭설은 아닌 듯하다. 과연 수정과는 모기퇴치에 효과가 있을까.

계피 속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인 ‘쿠마린(Coumarin)’은 모기에게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모기들은 계피향을 매우 싫어한다./ 사진=Getty images

◇ 수정과의 주재료 계피엔 모기가 싫어하는 ‘독’이 있다

수정과를 마시면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확인하기 위해선 일단 수정과를 구성하는 주 성분인 계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시나몬(Cinnamon)’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계피는 녹나무속에 속하는 육계나무에서 자란 가지의 연한 속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의미한다. 달콤하지만 톡쏘는 매운 향이나 동서양 모두에서 요리나 디저트 등을 만들 때 자주 사용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계피에 들어있는 ‘쿠마린(Coumarin)’이라는 성분이다. 쿠마린이란 식물의 2차대사산물로 생산되는 방향성 유기 화학 물질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달콤한 향기의 계피향이 바로 이 쿠마린 향이라고 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계피속의 쿠마린이 강력한 ‘식물성 독’이라는 것이다. 계피의 주 원료인 녹나무속 식물들은 곰팡이, 박테리아와 곤충들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쿠마린이라는 강력한 독을 내뿜는데 이는 모기에게도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국제 의학 학술지 Scripta medica에 개제된 ‘모기군(Aedes aegypti) 퇴치용 계피 오일 젤 개발’ 논문에서도 쿠마린을 함유한 계피 오일이 모기 차단에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들은 “24%의 회향유와 15%의 계피 오일을 조합해 만든 젤을 바르고 모기 보호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6시간 동안 53.49%에 달하는 모기 퇴치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정과를 자주 마시게 된다면 쿠마린 농도가 체내에 높아지게 되고 피부와 혈액에서 미세한 계피향이 나므로 수정과를 마시는 것은 모기 퇴치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수정과에 사용되는 계피에는 쿠마린 성분이 많아 모기들이 매우 싫어하는 향을 내뿜는다./ 사진=Getty images

◇ “근데 왜 수정과만?”… 서양 시나몬 요리는 모기 퇴치효과가 없을까

그런데 서양에서는 시나몬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없다. 어째서일까.

이는 동서양에서 사용되는 계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정과에 주로 사용되는 계피는 ‘카시아(Cassia)’로 ‘중국 시나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양에서 사용하는 실론 시나몬보다 향이 훨씬 강한 특징이 있다. 

특히 카시아는 서양의 실론 시나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쿠마린을 가지고 있다. 미국 국립 보건 의학 도서관에 개제된 ‘체코 소매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계피의 쿠마린 농도 평가’ 논문에 따르면 카시아의 쿠마린 농도는 1%였으나 실론 시나몬에 함유된 쿠마린 농도는 0.004%에 불과 했다.

또한 미국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에 2010년 개제된 ‘계피 향료 성분 정량화 : 독일 소매 시장의 계수나무 껍질과 인도네시아의 샘플에서의 쿠마린의 높은 함량 변화’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들이 독일 상점에서 구입한 91개의 계피 시료를 분석한 결과, 카시아 계피 분말에는 실론 계피 분말보다 63배 가량 더 많은 쿠마린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시아 계피 막대는 실론 계피 막대보다 18배 쿠마린 성분이 더 많았다.

즉, 우리 조상들은 훨씬 쿠마린 농도가 높은 카시아로 만든 수정과를 섭취했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반면 쿠마린 농도가 현저히 낮은 실론 시나몬으로 만든 푸딩 등의 디저트를 즐긴 서양 국가에서는 계피를 통한 모기 퇴치 효과를 보긴 힘들었을 것이다.

서양에서 주로 사용되는 실론 시나몬은 수정과에 사용되는 카시아 계피보다 쿠마린 농도가 훨씬 낮다. 때문에 모기 퇴치에는 큰 효과를 얻긴 어렵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 쿠마린, 부작용 있어... 모기 퇴치 목적으로 너무 많은 수정과를 마셔선 안돼

다만 모기를 퇴치한다는 목적으로 너무 많은 계피나 수정과를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계피에 포함된 쿠마린은 강력한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다량으로 복용할 시 알러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 쿠마린 독성에 대해 평가한 결과, 쿠마린은 발암성 물질은 아니지만 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간독성이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EFSA는 쿠마린의 하루 허용 섭취량은 사람의 몸무게 1kg당 0.1mg으로 규정했다. 몸무게가 70kg인 남성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약 7mg의 쿠마린 섭취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하루에 너무 많은 양의 수정과를 섭취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시중에 유통되는 수정과 제품들의 경우, 쿠마린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

지난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제출된 ‘기준·규격 검토를 위한 계피 함유식품 중 쿠마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들이 수정과에 함유된 쿠마린 양을 측정한 결과, 5종의 제품에는 1kg당 1.7~4.9mg의 쿠마린이 검출됐다. 즉, 성인 남성이 1L짜리 큰 병에 수정과를 담아 하루에 2병정도 마시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사실들을 종합해본 결과, 여름철 최대 불청객인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서 수정과를 마시는 것은 확실한 효능이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수정과에 함유된 쿠마린이라는 독소의 부작용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모기를 쫓겠다는 목적 하나로 너무 많은 수정과를 마시게 된다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 최종결론 : 사실

근거자료

 

-기준·규격 검토를 위한 계피 함유 식품 중 쿠마린 실태조사 (2009/ 식품의약품안전청)https://scienceon.kisti.re.kr/commons/util/originalView.do?cn=TRKO201000000721&dbt=TRKO&rn=
 

- Development of Gel for Aedes aegypti Repellent With Combination of Cinnamon Oil and Fennel Oil (Scripta medica/ 2020)

http://scriptamedica.com/wp-content/uploads/2020/10/11-SOHIPAH-et-al.pdf
 

-Quantification of Flavoring Constituents in Cinnamon: High Variation of Coumarin in Cassia Bark from the German Retail Market and in Authentic Samples from Indonesia  (American Chemical Society/ 2010)

http://pubs.acs.org/stoken/presspac/presspac/full/10.1021/jf102112p 
 

- Assessment of Coumarin Levels in Ground Cinnamon Available in the Czech Retail Market (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1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38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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