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2박 3일간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G7 회의에 2년 연속 초청받은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사실상 ‘G8’의 위치임을 과시했다.

또 G7 국가들에게 코로나19 백신 파트너십을 모색하자고 제안하는 등 ‘백신 외교’에도 총력을 다했다. 다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약식 정상회담이 끝내 불발돼 아쉬움을 낳았고, G7이 중국 견제 전선에 동참하면서 한국 역시 대중 외교 부담이 커졌다.

◇ 사실상 ‘G8’… 의교지평 넓히는 계기

문 대통령은 G7 확대 정상회의 등에서 의장국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오른쪽에 앉으며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존슨 총리의 왼쪽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앉았다. 또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할 때도 문 대통령은 존슨 총리의 왼쪽 옆자리에 섰다. 

문 대통령은 보건 세션에서는 전세계 수요에 못 미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이 보유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미국 뿐 아니라 여타 G7 국가들과도 백신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 세션에서는 한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12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각각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어 13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양자회담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약식회담을 하는 등 활발한 정상 외교를 펼쳤다.

특히 한-독일 정상회담은 예정에 없었는데,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존슨 총리는 백신과 관련해 “한국과 영국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협의체(framework)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외교 활동에 대해 청와대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후발 추격국가 위치에서 G7과 대등하게 현안 해결을 주도하는 선도국가 위상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G7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영향 등으로 최근 2~3년간 세계 지도국가 협의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대면 다자회의가 열리며 국제 거버넌스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동맹간의 협력을 통한 다자간 외교가 회복되는 자리에 한국이 참석, 사실상 G8과 같은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청와대

◇ 일본의 일방적인 회담 취소 

이같은 성과를 거둔 이번 G7 회의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연출됐다. 바로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점이다. 당초 한일정상은 영국과 호주, EU 등과 달리 양자회담 일정을 확정짓지 않았다. 이에 G7 정상회의 기간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 회담) 성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지난 12일 잠시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단독 회담은 갖지 못했다.

13일 한일 외교당국은 G7 정상회의 기간에 약식 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일본 측이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문제 삼아 회담을 취소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동해영토 수호훈련’은 일본 극우세력의 독도 침입에 대비해 매년 상·하반기에 1차례씩 진행하는 훈련이며, 훈련이 실시되면 일본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 입장을 전해온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독도 훈련이 실시되기 전 약식 회담을 취소한 것이다.

일본의 냉랭한 반응은 스가 총리의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난다. 스가 총리는 G7 회의 폐막 후 취재진과 만나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으로, 그 환경(한일 정상회담을 개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법을 가져오라는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같이 강경한 태도는 스가 내각의 최근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있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또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대(對) 중국 견제 전선을 강화하는 G7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중국의 반응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G7 공동성명에는 신장지역 인권과 홍콩 자치권, 대만 해협, 코로나19 기원 조사 등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들이 담기기도 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명기했을 당시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불쾌감을 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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