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비엔나 쇤브룬궁 1층 ‘그로세 갈레리에’(Große Galerie)에서 열린 오스트리아 총리 주최 오찬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비엔나 쇤브룬궁 1층 ‘그로세 갈레리에’(Große Galerie)에서 열린 오스트리아 총리 주최 오찬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참석 이후 13~1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을 국빈 방문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이 ‘기대 이상’의 환대를 해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순방에 동행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가는 곳곳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이 환대를 해주신다”고 밝힐 정도였다. 두 나라는 어째서 한국 대통령을 극진히 대우했던 것일까. 

◇ 129년만에 첫 방문 오스트리아, 수소 동맹 맺다

오스트리아는 인구 900만명에 못 미치는 작은 국가지만, 한때 신성로마제국이나 합스부르크 제국 전성기에는 유럽의 강대국으로 군림한 바 있다. 비록 지금은 영세중립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철강과 기계공업 위주의 강소기업 116개를 보유해 1인당 소득이 5만달러에 육박하는 선진국이다. 또 문화예술 뿐 아니라 과학기술에 강점을 보여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7명을 배출한 국가기도 하다.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첫 수교를 맺게 된 것은 1892년이다. 당시만 해도 서구 열강의 강압으로 불평등한 ‘수호통상조약’을 맺는 처지였지만, 현재 한국은 세계 10위권 국가로 G7에 초청받은 위상을 뽐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계기로 국빈 방문했으며, 이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다. 

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은 환대의 연속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최고의 예우”라고 평가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문 대통령을 위해 ‘그로세 갈레리에’를 1961년 이후 첫 개방했다. 그로세 갈레리에는 쇤브룬 궁 1층의 연회장으로, 1961년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과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후 단 한 번도 외부 공식행사에 개방된 적이 없는 곳이다.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한국을 ‘방역 챔피언’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미하엘 루드비히 비엔나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평화와 인권 보호에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고, 이전에 인권 변호사로 계셨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이번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이같은 환대는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이 한국 정상의 첫 방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4차산업 시대의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 등 기업이 44조원을 현지 투자한 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오스트리아의 높은 과학기술 역량과 한국의 산업화 능력을 결합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기초과학 분야 선도국이자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산업 강국이며, 한국은 세계최초 수소차 상용화와 수소법 제정 등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가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배터리팩 공장을 가동하고 있기도 하다.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왕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청와대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왕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청와대

◇ 스페인, 환대의 연속… 경제인들 ‘관심’ 집중

스페인 역시 문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지난 2019년 10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는 20개월 만에 재회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스페인이 맞는 첫 국빈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부부의 첫 일정은 마드리드 왕궁 행사장에서 열린 국왕 주최의 환영식 참석이었다. 문 대통령 부부가 국왕 부부와 함께 단상 위에 오르자 국가원수 예우에 맞춰 총 21발에 예포가 발사됐고, 스페인 군악대는 애국가를 연주했다. 

한국과 스페인 역시 이번 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문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이후 ‘조선왕국전도’를 관람한 것이다. 해당 고(古) 지도에는 ‘독도’가 한국 영토로 표기돼 있다. 

또 펠리페 6세 국왕은 문 대통령을 경제인협회 연례포럼 개막 만찬에 초청했다. 경제인협회 연례포럼은 스페인 내 가장 권위 있는 경제행사다. 만찬에 동석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 만찬에는 스페인 주요 기업의 회장들이 많이 참석을 했는데, 만찬 끝나고도 스페인 기업인들이 우리 대통령을 둘러싸고 계속 이야기를 해서 열시반이 넘어 겨우 끝이 났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유독 큰 피해를 입었다. 2020년 스페인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또 스페인은 현재 일본기업 닛산이 바르셀로나 공장 폐쇄를 결정해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닛산 공장 폐쇄 결정으로 3,000명의 실업자가 생겨날 판이다. 

문제는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역은 분리 독립을 원하고 있는데, 닛산의 철수로 여론이 악화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그런데 스페인 카탈루냐 주 정부는 해당 공장을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하겠다고 했고, 유력 투자자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스페인 순방 사절단에 포함돼 있다. 이에 스페인 역시 투자 여력이 있는 한국을 매력적인 파트너로 대접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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