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내외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G7 정상회의 에어쇼를 관람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내외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G7 정상회의 에어쇼를 관람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6박8일 간의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18개월 만에 다자 대면외교에 나선 문 대통령은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허브’가 될 수 있음을 부각하는 동시에, 백신 공급 등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에 이번 순방 기간 사실상 ‘G8(주요 8개국)’ 국가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 유럽 순방의 핵심 성과 ‘백신 외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16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잇따라 출연해 강조한 유럽 순방 성과는 바로 ‘백신 외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독일 제약회사인 큐어백의 프란츠 베르너 하스 CEO와 화상 면담을 진행했다. 바쁜 순방 일정을 쪼개서 글로벌 백신 개발사 CEO들과 만난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 구상을 제시하고, 올 하반기와 내년에 국내 백신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의 백신 지원을 위해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의 선구매 공약(AMC)에 내년까지 2억달러를 공여하겠다고 했다. 또 전세계 백신 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G7 국가들과도 백신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유럽연합(EU) 정상들도 문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해 “우리는 G7 정상회의 논의에서 보건,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현안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과 기여를 함으로써 우리의 외교 지평을 한 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 규칙 만드는 데 동참하는 위치로

영국 콘월에서 열린 이번 G7 정상회의는 코로나19 대응, 세계 경제 회복, 기후 변화 대응, 다자주의 쇠퇴 등 산적한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G7 회의에 초청받았다. 의장국(영국)은 이번 G7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런 차원에서 한국을 초청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것은 미국, 영국 등 G7 주요 회원국 간 한국의 참여가 긴요하다는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 존슨 총리는 두 차례의 서한과 정상 전화 등을 통해 한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두 차례나 초청 의사를 밝혔던 만큼, G7 정상회의에서의 대우도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규칙을 받아들이는 위치에서 규칙을 만드는데 동참하는 위치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의장국 정상인 존슨 총리 뿐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주요 자리에 앉았다. G7 기념촬영에서도 영국, 미국과 함께 가장 앞줄에 섰다. 다자 외교무대에서 의전 서열은 각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통상 의장국이 의전 서열을 결정한다. 

즉, 문 대통령의 자리 배치는 존슨 총리의 의중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면에서 K-방역을 높이 평가한 영국이 최근의 백신 글로벌 허브에 대한 기대감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사실상 ‘G8’에 준해 자리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호프부르크궁 발하우스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호프부르크궁 발하우스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오스트리아·스페인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또 순방 기간 중립국 오스트리아가 같은 중립국인 스위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는 점과 스페인이 코로나19 이후 첫 국빈으로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점 역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드러낸다. 아울러 오스트리아·스페인 모두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방문을 통해 내년 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방역·백신 협력을 비롯해 문화·투자·청소년·교육 등 교류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또 한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오스트리아 정부의 ‘2040 기후중립 목표’ 사이의 협력을 높이고 수소에너지, 5G 분야에서도 상호 호혜적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스페인 역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을 성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EU의 핵심 회원국이자 전통적 우방국인 스페인과의 포괄적 관계 강화를 위한 기반이 조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스페인에서 가장 권위있는 경제 행사인 ‘경제인협회 연례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디지털·그린뉴딜 정책과 스페인의 ‘디지털 스페인 아젠다 2025’,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의 시너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 ‘한-스페인 상호 방문의 해’ 1년 연장 합의를 통해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협정 체결에 한걸음 다가서는 성과도 거뒀다. 

◇ 향후 문 대통령의 행보는?

6박8일 간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주말까지는 공식 일정 없이 국내외 주요 현안 보고를 받을 전망이다. 내부 보고와 순방 성과를 토대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향후 행보로 예상되는 것 중 관심을 끄는 것은 남북미 대화 재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만남 여부다. 

우선 전날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총비서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응하는’ 성격의 반응이라는 해석이 다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닷새간 한국을 찾는 성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한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에게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럽 순방 성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와의 만남 역시 이 자리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영수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 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다자회담 형식의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본격 가동시키려는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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