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빌리티의 한 종류로 전동킥보드의 인기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교통체증이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자율주행’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새로운 ‘모빌리티(mobility: 운송수단)’에 대한 이야기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우리에게 현재 가장 친숙한 ‘뉴모빌리티는’는 ‘전동킥보드’일 듯하다. 최근 길을 걷다보면 많은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도로나 인도 위를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동킥보드’는 전기에너지로 작동하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개인형 이동수단)’에 속한다. 전동휠, 세그웨이 등도 이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시속 20~3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교통체증문제도,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저렴하니 그야말로 미래 시대의 ‘완벽한’ 운송수단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가 상용화 초기에 그렇듯, 전동킥보드 역시 심각한 문제점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안전성’ 문제다. 일부 누리꾼들은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와 자동차 및 보행자들을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을 ‘킥라니(고라니+킥보드)’라 부르며 반감을 내비치기도 하는 상황이다.
 
◇ 잘못된 전동킥보드 사용, 자신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위협

사실 전동킥보드는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처럼 차량 외부가 운전자를 보호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류의 이륜 운송수단인 오토바이, 자전거에 비해 바퀴의 크기가 훨씬 작아 균형 및 브레이크 등의 안정성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연평균 99.7%씩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엔 전동킥보드로 인한 교통사고는 897건이며, 이 중 사망자는 10명, 부상자는 985명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안전을 위해 보도 위에서 운행할 경우, 보행자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전동킥보드가 충돌할 경우, 자동차 운전자는 생명에 지장이 있을 확률은 낮지만, 보도 위를 질주하던 전동킥보드가 보행자나 자전거 탑승자 등과 부딪힐 경우 상당히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를 안전장비 없이 이용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보행자에게도 심각한 부상을 발생시킬 수있다고 우려한다./ 사진=뉴시스

김규현 홍익대학교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가 2020년 2월 자동차안전학회지에 등재한 ‘퍼스널 모빌리티(PM) 사고 유형별 상해 위험성 분석’ 논문에서도 보행자 도로의 경우 전동킥보드 등 PM이 보행자에 정면 또는 측면충돌 시 PM 보다 보행자의 복합 상해 가능성이 대체로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 11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전동킥보드에 치이는 사고도 발생했는데, 당시 사고로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여일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현 교수는 “PM 충돌사고 시 자전거 도로보다 보행자 도로에서 보행자의 복합 상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PM은 보행자 도로보다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PM과 자전거 또는 보행자 간의 충돌 시 PM 운전자와 자전거 탑승자의 머리가 서로 부딪치거나 충돌 후 넘어지면서 바닥에 부딪혀 심한 머리 상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동킥보드 등 PM 운전자는 자전거 도로, 또는 보행자 도로에서 운행을 위한 적정속도, 헬멧을 착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청은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 PM을 탈 경우 범칙금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동킥보드 교통법 위반자들 많지만… “번호판 부재·인력부족에 단속 어려워”

이런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 역시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13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 PM을 탈 경우 범칙금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경찰 측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 사고 위험성은 여전한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지난 10일 발표한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전·후 전동킥보드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행 전 4.9%에 불과했던 전동킥보드 안전모 착용률은 시행 후 16.1%로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6명 중 5명은 안전모를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안전모 착용은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안전문제”라며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무게중심이 높은 만큼 작은 도로 요철에도 넘어지기 쉽기 때문에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모 착용 등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은 ‘법 집행이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분명 도로교통법으로 안전모 미착용 및 무면허 주행을 금지하곤 있지만 법규 위반자들을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사위크>에서 경찰청 교통안전 부서에 문의한 결과, 이런 전동킥보드 관련 법규 위반자들의 단속이 어려운 이유는 ‘번호판’의 부재와 인력 부족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는 위반자들을 목격한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경찰에 제보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며, 경찰에서도 이를 단속할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동킥보드 단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경찰 현장 근무자들 역시 인지하고 있으나, 번호판이 부재하기 때문에 경찰에서 직접 단속을 해야만 한다”며 “전국적으로 전동킥보드 단속에 3,000여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되지만 교대 근무 특성상 단속현장에는 1,000명이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단속의 어려움과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 측에서는 전동킥보드 이용이 많은 구간 위주의 단속과 함께 캠페인과 홍보영상 등을 통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단속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안전모 착용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지난 10일 발표한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전·후 전동킥보드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6명 중 5명은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있다./ 사진=박설민 기자

◇ 처벌규정도 보상도 애매… “전동킥보드 사고 관련 법안 강화돼야”

아울러 전동킥보드 운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처벌 규정이 애매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1월 국회입법조사 행정안전팀이 발간한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운행 시 발생한 사고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킥보드운전자(가해자일 경우)가 자력으로 보상하고 있다. 전동킥보드에 대해서는 사고 시 피해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마땅한 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해자가 피해보상에 대한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 행정안전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서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등과 관련된 ‘보험소비자 권익보호 등을 위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안내하긴 했지만 배상책임이 없는 피해자와 보험사에 부담을 돌리는 보상방식”이라며 “피해자나 가족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는다면 이 또한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도 일반 자동차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기존에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음주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다가 단속되면 형사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로 재분류되면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면 형사처벌이 아닌 범칙금 부과로 완화됐다. 때문에 경찰의 음주운전 측정요구를 거부해도 형사처벌이 아닌 범칙금 수준으로 그치게 됐다.

국회입법조사 행정안전팀은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는 해당 모빌리티의 특성을 바탕으로 현재의 교통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 모빌리티 등 공유산업 활성화에만 목적을 두지 말고 시민들의 안전을 기본으로 하여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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