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를 마무리한 뒤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22일 방영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2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를 마무리한 뒤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을 관람한 내용을 방영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최근 북한과 중국이 친밀감을 더욱 과시하고 있다. 북중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방중 3주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2주년을 기념해 공동 좌담회를 열었다.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한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다가선 것이다.

◇ 한미일 공조 견제 차원?

북중 양국은 최근 친선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중은 앞서 21일 시 주석의 방북 2주년을 맞아 리용남 주중 북한대사와 리쥔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의 기고문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나란히 게재했다. 또 노동신문은 22일엔 평양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시 주석 방북 2주년 기념 사진전을, 23일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의 공동 좌담회 개최를 보도했다.

기념 사진전은 김성남 당 국제부장 등이 참석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북한의 첫 대면 외교이기도 했다. 아울러 북중 양국이 최고지도자의 상호 방문을 기념하는 것은 통상적이지만, 이를 계기로 공동 좌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 행사를 통해 혈맹관계임을 드러낸 셈이다. 

양국은 공동 좌담회에서 북중의 공동이익을 지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리용남 대사는 “조·중 친선관계를 귀중히 여기며 그 위력으로 사회주의 위업을 활력있게 전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 일관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두 나라 최고 영도자들은 중·조 관계 발전의 향도자·기둥이 되시어 쌍방의 공동이익과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데서 전략적 인도 역할을 하셨다”고 했다.

공동 좌담회가 열린 21일은 한국에서 한미·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가 개최된 날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대북 정책을 가동시키려는 때, 북중이 견제 차원에서 협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재편 움직임에 따라 고립될 위기에 빠져 있으며,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북한, 선중후미 정책 추진?

우선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한 반응과도 대조적이다. 미국은 최근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하며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담화를 통해 “잘못된 기대”라며 비꼬았다. 이는 미국이 대북 재제 완화 등 유인책을 제시하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아울러 최근 식량난이 가중된 상황이라, 중국의 대북 지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대외 교류를 끊은 상태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미 간 상호 불신이 심각한 상태라면서 “북한은 현재 중국과 먼저 교류협력을 재개하고 그 다음에 필요하면 미국과의 협상을 고려하겠다는 선중후미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도 북한의 반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친밀감 과시를 통해 대미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인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냉랭한 반응에도 대북 외교는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김 총비서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끝날 때까지는 북미 간 기싸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북한이 유의미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고, 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반발하고 있다. 이에 한미연합훈련 진행 여부를 통해 대화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북한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대화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라는 신호를 미국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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