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테마주로 지목된 희림의 주가가 최근 크게 들썩였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테마주로 지목된 희림의 주가가 최근 크게 들썩였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20대 대선이 성큼 다가오면서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숱한 ‘정치인 테마주’들도 ‘대목’을 맞아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실체가 불분명한 ‘정치인 테마주’ 현상이 주식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적극 활용해 ‘한몫 잡기’에 나서는 기업 및 오너일가가 줄을 이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중견 코스닥 상장사 희림이 남긴 발자국은 짙은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 급등한 주가로 오너는 웃고, 개미는 울다

희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은 1970년에 설립된 종합건축서비스회사로 건축설계, 건설사업관리, 감리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해당 업계에서 국내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열 손가락에 드는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업계 유일의 상장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희림은 최근 수년간 주가 흐름에 있어 크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올해 주식시장은 3,905원으로 시작했고, 3월 중순엔 4,200원~4,300원 선을 오갔다. 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두 달 반에 걸쳐 겨우 10% 남짓 올랐을 뿐이다.

그러던 희림의 주가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3월 말부터다.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며 4,000원대 후반에 안착하더니 4월 들어서는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됐다. 심지어 4월 20일과 21일엔 연이틀 상한가로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4월 23일 희림의 주가는 장중 한때 1만1,100원을 기록하며 한 차례 정점을 찍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주가가 2배 이상, 3배에 육박하게 뛴 것이다.

이후 한동안 조정국면을 맞기도 했지만, 희림의 주가는 예전 수준까지 되돌아가진 않았다. 그러다 6월 초 상승세를 보이며 또 한 차례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희림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정작 희림에서 찾기 어려웠다. 물론 최근 수년간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뜻 깊은 성과도 남겼지만, 이것이 단기간에 주가를 2~3배 끌어올린 요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랐다. 

희림의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정치인 테마주’ 현상이었다. 희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테마주로 지목됐고, 그의 정치적 행보에 발맞춰 주가가 들썩였다. 희림 주가가 처음 정점을 찍은 때는 윤석열 전 총장이 대권주자로서 정치권의 최대화두로 떠오른 시점이었고, 희림 뿐 아니라 다른 ‘윤석열 테마주’들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두 번째로 정점을 찍은 때 역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크게 부각된 바 있다.

그렇다면 희림이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정치인 테마주’가 학연이나 지연을 근거로 삼지만, 희림은 조금 다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이 운영 중인 전시기획업체 코바나콘텐츠에 많은 후원을 한 바 있다는 게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된 이유다. 다른 ‘정치인 테마주’처럼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정영균 희림 대표이사는 이달 초 보유 중이던 희림 주식 일부를 처분해 4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희림 홈페이지
정영균 희림 대표이사는 이달 초 보유 중이던 희림 주식 일부를 처분해 4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희림 홈페이지

희림 역시 지난 4월 주가 급등에 따른 조회공시요구 답변에서 “코바나콘텐츠가 주최한 전시회를 후원한 적은 있으나, 그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인 테마주’ 현상이 발생한 이후다. 희림의 최대주주이자 수장인 정영균 대표는 이달 초 3일에 걸쳐 자신이 보유 중이던 희림 주식 372만여주 중 총 36만3,205주를 장내매도했다. 지분율로는 2.61% 해당하는 규모다. 주당 처분 단가는 1만1,000원 안팎의 고점이었다.

이를 통해 정영균 대표는 약 4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게 됐다. ‘윤석열 테마주’ 현상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2배 이상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주식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건강한 질서 형성에 일조해야할 중견상장사 최대주주 및 대표로서 책임 있는 행동으로 보긴 어렵다. 또한 희림의 비전 및 주주가치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희림의 주가는 정영균 대표의 주식 처분을 기점으로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주가 하락폭은 약 20%에 달했다.

희림의 주가 행보가 남긴 씁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 대권도전을 공식화한 지난 29일, 희림의 주가는 오히려 맥을 추지 못했다. 전일 대비 5.5% 하락한 채 장을 마감한 것이다. 이는 ‘정치인 테마주’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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