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운데)와 이광재 의원(우)이 ‘적통’을 내걸고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낙연 전 대표(좌)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왼쪽부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이 지난 22일 '도심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 주제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이후 ‘적통’을 내걸고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가운데 일부 후보들이 ‘민주당 적통 후보론’으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지난 2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권재창출의 소명으로 대화와 합의를 통해 7월5일까지 먼저 저희 둘이 하나가 되고 민주당 적통 후보 만들기의 장정을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저희 두 사람은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해 민주정부 4기를 열어가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으로 도덕적 품격, 경제적 식견, 국정능력을 갖춘 좋은 후보를 만드는 일에 뜻을 모았다”면서 “김대중 정신으로 정치를 시작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염원하는 저희는 서로의 인격과 역량을 깊이 존경해왔다”고 강조했다.

후보단일화 동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도 ‘적통 후보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의 단일화 합의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 출범을 염원하는 후보들이 연대의 원칙을 천명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적통 후보론에 주파수를 맞췄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대한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며 “특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 이어서 제4기 민주정부를 세우자 하는 데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라면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자신들만이 민주당의 ‘적통 후보’이고 적통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한 4기 민주정부가 아니라는 논리로 읽힌다.

◇ 이재명 겨냥한 ‘적통 후보론’

이들의 민주당 적통 후보론은 사실상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사는 여권의 핵심 세력인 친노와 친문 진영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 비주류이고, 강성 친문의 비토도 강하다. 이 때문에 이 지사는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민주당 적통 후보론을 꺼내든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흔들어 이재명 지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선 판세를 뒤집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시대정신에 부합한 후보가 민주당의 적통 후보라고 반격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박성준 의원은 30일 YTN 라디오에서 “시대정신을 담는 후보가 저는 민주당의 적통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며 “민주당원들이 그런 생각과 공유를 하는 후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공정, 불평등의 문제라든가, 앞으로 해결해야 될 성장의 문제, 이런 것들을 풀어갈 수 있는 대선후보가 나왔다”며 이재명 지사를 치켜세웠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적통 후보론이 계파적 관점으로 비춰지게 되면 역풍이 불 수도 있고, 표의 확장성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적통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다른 후보는 적통이 아니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며 “친노였고 친문이었기 때문에 적통 후보라는 식으로 계파적 관점으로 비춰지게 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렇게 계파적 관점에만 매몰될 경우에는 표의 확장성에도 걸림돌이 되고 경선이 계파적 대립과 갈등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민주당의 적통을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민주당의 가치를 좀 더 선명하게 얘기하고 강조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적통 후보론’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나오자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적통 후보라는 표현이 불쾌하다. 적통 후보의 기준이 무엇이길래’라는 청취자의 질문이 나오자 “글쎄, 저는 이런 말 쓴 적이 없지만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라며 “좀 더 객관화할 필요가 있겠다. 정치인들은 무언가를 조금씩 과장하는 버릇이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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