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크라이슬러 한국 첫 진출… 2017년 끝으로 철수
지프, 크라이슬러 브랜드 집계에 포함… 포드·링컨과 비슷한 상황
‘크라이슬러→지프’ 변경 시 전년도 데이터 비교 불가?… 의지의 문제

크라이슬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음에도 수입차협회 월간 판매 통계에는 계속해서 데이터가 집계되고 있다. 사진은 크라이슬러가 지난 2007년 오픈한 서울 용산전시장. / 크라이슬러코리아
크라이슬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음에도 수입차협회 월간 판매 통계에는 계속해서 데이터가 집계되고 있다. 사진은 크라이슬러가 지난 2007년 오픈한 서울 용산전시장. / 크라이슬러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매달 집계해 공개하는 수입차 월간 판매실적 데이터에서 ‘크라이슬러(CHRYSLER)’ 브랜드가 여전히 남아있어 의문이 제기된다. 크라이슬러는 지난 2017년을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 판매를 중단하고 철수했다. 그럼에도 수입차협회의 월간 수입차 등록자료에는 크라이슬러의 판매대수가 여전히 집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차협회 홈페이지 통계센터에는 현재 200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실적이 공개돼 있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크라이슬러는 지난 5월 국내 시장에서 1,110대를 판매했으며, 올해 1∼5월 누적 판매대수는 4,793대에 달한다. 하지만 크라이슬러 브랜드는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판매되지 않는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현재 집계되는 크라이슬러의 국내 판매실적은 사실 ‘지프(Jeep)’ 브랜드의 실적이다. 과거 지프는 크라이슬러그룹 내 브랜드 중 하나로 지난 1992년 크라이슬러와 함께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프는 한국 시장 첫 진출부터 크라이슬러와 전시장을 함께 공유해 사용하면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후 1996년에는 크라이슬러 코리아 법인이 설립됐고, 크라이슬러와 지프, 닷지 등 다양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공급됐다.

이 과정에서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지프와 닷지 등 크라이슬러그룹 내 개별 브랜드의 판매실적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의 집계는 크라이슬러 코리아가 한 전시장에서 크라이슬러와 지프, 닷지 등 2∼3개 브랜드를 함께 전시·판매한 영업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992년부터 현재까지 수입차협회 통계에는 지프나 닷지 등 크라이슬러그룹 소속 브랜드는 별도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크라이슬러’ 브랜드로 지프와 닷지의 판매량이 함께 집계된다.

현재 포드코리아가 한 전시장에서 소속 브랜드인 포드와 링컨 차량을 함께 판매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포드와 링컨도 지난 2019년까지는 국내 판매대수를 집계할 때 링컨을 별도 집계하지 않고 ‘포드’ 브랜드로 묶어 집계를 하다 지난해부터 링컨 브랜드의 판매대수를 개별 집계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링컨 브랜드가 과거에도 꾸준히 판매가 이어졌음에도 수입차협회 데이터에서는 링컨 브랜드의 2020년 이전 실적이 ‘0대’로 확인된다.

지프도 이와 비슷하게 과거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닷지 브랜드와 함께 집계를 한 상황이라 지프 개별 판매 실적을 다시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부터 ‘지프’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판매실적을 집계하면 전년 동기와 판매실적을 비교할 때 전년도 실적이 ‘0대’로 잡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프 관계자는 “수입차협회 홈페이지에는 ‘크라이슬러’로 지프 판매 실적이 집계가 되지만, 언론에 배포되는 수입차협회의 월간 수입차 등록자료 실적표에는 ‘지프’로 수정표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협회 측에 요청을 했었으나, 협회 측에서는 홈페이지 통계에서 ‘크라이슬러’로 표기된 브랜드명을 지금 ‘지프’로 수정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 지프 브랜드의 올해 판매실적을 전년도와 비교할 때 지난해에는 ‘지프’라는 브랜드명으로 실적을 집계하지 않아 전년도 데이터가 ‘0대’로 카운트돼 불편한 점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라이슬러는 지난 2018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하지 않아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다. 즉, 2018년부터 현재까지 수입차협회 홈페이지에 표기되는 크라이슬러 실적은 전부 지프의 실적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데이터에 표기된 ‘크라이슬러’ 브랜드명을 ‘지프’로 변경하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수입차협회 측의 의지의 차이로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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