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온라인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뉴시스(이재명 지사 출마 선언 영상 화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온라인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뉴시스(이재명 지사 출마 선언 영상 화면)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야 대권구도에서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등판한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선 링 위로 올라왔다. 이 지사는 1일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슬로건과 ‘공정·성장’을 화두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선 출마 선언 소식을 알렸다. 이 지사는 그동안 급진적이고 강성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이 지사는 차분하게 출마 선언문을 낭독하며 ‘실용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이 지사는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 받는 것은 바로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며 “공정성 확보가 희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가운영 방향으로 △규제 합리화 △미래형 인적자원 육성시스템 구축 △한반도평화경제체제 수립 △강력한 경제부흥정책 실시 △미래형 경제산업으로의 전환 △문화·예술·체육 투자 강화 △국익 중심 균형외교 등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 “실거주 주택은 더 보호하되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제한을 강화하고, 적정한 분양주택 공급, 그리고 충분한 기본주택 공급으로 더 이상 집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또 자신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 도입 의지도 피력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도입해서,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용적 민생개혁에 집중하여 곳곳에서 작더라도 삶을 체감적으로 바꿔가겠다”며 “자랑스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쳐 더 유능한 4기 민주당정권, 더 새로운 이재명정부로 국민 앞에 서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 이재명의 한계와 과제

‘비주류 흙수저’ 출신인 이재명 지사는 어릴 적 소년공으로 지내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주경야독’으로 통과해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소년공 시절 프레스에 왼팔이 끼는 사고를 당해 팔에 장애를 얻기도 했다. 그는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이 지사는 성남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다 2005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발을 내딛었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와 2008년 18대 총선(성남시분당구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2010년과 2014년 성남시장 선거에 당선된데 이어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도전에도 성공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지지율 상승 흐름을 탔고, 지금은 여권 내 1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사가 본격적으로 링에 오르면서 검증 작업도 다시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도 친형 강제 입원 논란, 형수 욕설, 혜경궁 김씨 의혹, 여배우 스캔들 등이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렸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이미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대선 국면에서 검증으로 인해 받을 상처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형수 욕설’ 논란 등과 같은 도덕성 문제는 대선 레이스 내내 야당의 주요 공격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모두 다 팩트”라며 “인정하고 제가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못한 것은 사과드리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지사가 또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강성 친문 세력의 비토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친문 세력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대선 경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전히 강성 친문 당원들과 친문 주류 세력은 이 지사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가 경선 기간 정체 상태인 지지율 20%대를 돌파하고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친문 핵심은 결선투표에서 다른 후보를 지원해 판세 뒤집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친문 주류 세력은 이 지사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결선투표로 가길 바랄 것”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2등 유력 주자가 부상하면 그 후보에게 친문 세력이 베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권리당원분들 중에 일부 저에 대한 반감이나 네거티브를 하는 분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 권리당원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면서 “끊임없이 설명드리고 차이를 극복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 이외에 다른 어젠다를 제시해야 민심의 호응을 얻어 지지율 상승 바람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YTN에서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이외에 다른 것이 확실하게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에 피곤함이 계속 쌓이고 있다”며 “새로움이 지금 화두라고 한다면 새로움에 대한 부분들을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냐(문제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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