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예비후보 면접관으로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했다가 취소했음에도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예비후보 면접관으로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했다가 취소했지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예비후보 면접관으로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하면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경선기획단 이소영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을 통해 오는 4일로 예정된 국민 면접에 김 회계사를 비롯해 김해영 전 의원과 20대 창업자 김소연 뉴닉 대표이사 등 3명을 면접관으로 섭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대선후보들은 물론이고 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자 민주당은 발표 2시간 만에 김 회계사 섭외를 취소하고 유인태 전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거짓까지 동원해 공격했던 김경율 회계사를 국민면접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는 것”이라며 “진정 민주당의 결정인지 믿기 어렵다. 외부의 쓴소리를 듣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해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김경율씨가 주장했던 이른바 ‘조국펀드’는 대법원 판결로 무죄임이 밝혀졌다”며 “저는 김경율씨가 심사하는 경선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 측 김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민주당 대선후보 면접에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한 당의 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시각을 수용하고 흥행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조국 전 장관을 모욕적으로 소환해야 하는지,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무협지 소설속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면 되겠는가”라며 “독한 면접관이 아니라 독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결국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인 강훈식 의원은 오후 6시 30분께 정정 브리핑을 내고 “국민 면접관 전문가 패널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과정이었고 최종 확정이 안된 상태에서 먼저 발표됐다”며 “최종 확정된 패널을 김소연 뉴닉 대표이사, 김해영 전 의원, 당의 원로이자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일부 대선후보들이 송영길 대표의 사과는 물론이고 경선기획단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들은 분노했고 우리 모두 참담함을 느꼈다. 김경율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김 회계사가)면접관으로 거론된 것만으로도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한 차별화와 청산론의 반복이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대선 경선 첫 단추부터 심각한 오류가 드러났다. 건강한 쓴소리와 비난은 구별돼야 한다”며 “많은 건강한 중도, 보수, 진보 인사가 있음에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허위 사실 비난이 법적으로 이미 드러난 인사를 기용하려 한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 전 총리는 “당원들에 대한 당대표의 해명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경선기획단의 재구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이와 함께 경선의 방향과 원칙, 공정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선후보 전원과 당 지도부 합동회의를 즉각 열 것을 다시 요구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SNS에 올린 글을 봤는데,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면서 “(민주당이) 우왕좌왕 하고 자기중심을 못 잡고 있고 자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 회계사 섭외 추진 이유에 대해 “우리가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어서 극복해나가는 것이 대선기획단으로서의 역할”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이 민주당이 변화하려고 하는 흐름들에 대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대선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회계사가 특히 전에 조국 전 장관 사모펀드 관련해서 본인 주장이 대법원에서 다 무죄가 되지 않았나”라며 “김 회계사가 이전에 유죄를 단정 짓고 그렇게 공격해왔던 부분, 그런 것에 대한 논란을 저희가 살피지 못한 건 제 불찰이다”고 밝혔다.

강 단장은 정세균 전 총리가 경선기획단 사퇴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 후보가 혼내키면 혼나고 저희가 다시 꼼꼼히 살펴서 주변에 잘못된 것은 엄히 살펴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 회계사 섭외가 취소된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판적 시각을 가진 국민의 눈으로 검증하는 게 당을 위해서나 후보를 위해서나 훨씬 좋을 거란 생각을 했다”면서 “(취소됐다면) 할 수 없지만 전 국민의 시각에서 엄중한 검증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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