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일 오후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동초길을 걷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일 오후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동초길을 걷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쟁 구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대권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지사를 추격하는 후보들은 ‘반(反)이재명’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며 결선투표에서 판세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이 지사는 결선투표 없이 본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해 본선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지사가 경선 레이스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 지사에 대한 강성 친문 당원들의 비토가 강하다고 해도 당심에만 초첨을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무엇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 요구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강성 친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성난 민심을 다독여 자신에 대한 지지로 끌어오는 것도 동시에 이뤄내야만 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가 상당히 곤란할 수 있는 점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므로 결국은 문재인 정부의 연속선상에 있어야 하는데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 지사가 민주당을 계승하면서도 어떻게 탈문재인 정부를 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지금 사람의 대결도 있는 것이고 그 다음은 정권교체론 대 정권 유지론의 대결도 있는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거를 깨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냐, 유지냐의 프레임보다 변화, 국정운영, 그걸 가지고 가는 게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 ‘호남과 영남 쌍끌이 전략’ 구사

이 지사는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에서 “자랑스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쳐 더 유능한 4기 민주당정권, 더 새로운 이재명정부로 국민 앞에 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겨냥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4기 민주당 정권’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예민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중도층을 겨냥해 침묵을 선택하거나 일종의 양비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범친문 후보들이 조국 전 장관 두둔에 나선 것과 달리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말을 아꼈다.

이 지사는 2일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이뤄진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 “분명히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불법적 피의사실 공표를 했고 엄청난 마녀사냥을 했다”면서 “기본적으로 검찰권을 불공정하게 행사한, 선택적 정의를 행사한 윤석열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으로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그 점에 대해선 조 전 장관 가족들도 책임을 져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약점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잘했든 못했든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공도 나누겠지만 과도 내 책임의 일부”라고 끌어안으면서도 “(부동산 값이)너무 많이 올랐고,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했는지 의구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지사의 경선 필승 전략은 대선 출마 직후 첫 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 지사는 영남과 호남을 연달아 방문하는 일정을 선택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았다. 이는 자신이 수도권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지만 민주당의 취약 지역인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외연 확장 가능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2일에는 호남을 방문해 목포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전남도청 등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 지사는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와 호남 민심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현재는 이 지사가 호남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 지사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방문한 것은 호남 민심이 출렁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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