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재입찰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뉴시스
이례적인 재입찰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중흥건설이 결국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기회를 잡았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흥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중흥건설과 경합을 벌인 스카이레이크-DS네트웍스-IPM컨소시엄은 예비 대상자로 지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기회를 잡은 중흥건설이다. 

당초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은 지난달 25일 마감됐다. 당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써내 1조8,000억원의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을 따돌리고 대우건설 인수에 다가섰다. 

하지만 본입찰 이후 중흥건설이 KDB인베스트먼트에 인수가격 조정을 요청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2위와의 인수가격이 5,000억원에 달해 자칫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해석도 따랐다. 

더욱이 지난 2018년 1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도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각이 불발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를 수용하고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에 이를 알림과 동시에 수정안 제출을 요청했다. 

지난 2일 재입찰에서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은 당초 제시했던 1조8,000억원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은 2조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 재입찰까지 진행… 개운하지 못한 뒷맛

우선협상자는 가려졌지만 재입찰까지 진행되면서 특혜매각에 대한 논란이 따른다.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인수가격이 높아 수정안을 받는 사례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 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입찰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청원인은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매각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상식과 공정이라는 개념이 아직 살아있다면, 이 참변에 대해 질책하고 책임자를 색출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이번 매각 사태에 대해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 역시 밀실·졸속·특혜매각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후보 간 금액 차이가 크다는 이유의 재입찰은 이번 매각에 원칙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는 오랫동안 작업해 왔던 '큰 그림'을 어떻게든 마무리 짓겠다는 노골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밀실·졸속·특혜매각으로 더 이상 대우건설의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해외사업을 하는 대기업 인수를 노렸던 중흥건설의 꿈이 가까워졌다. /뉴시스
해외사업을 하는 대기업 인수를 노렸던 중흥건설의 꿈이 가까워졌다. /뉴시스

사실상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1조원대 대기업 건설사를 3년 내 인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중흥건설은 그룹 내 시공 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이 있다. 6위 규모의 대우건설을 품게 되면 중흥건설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 기반으로 전국구 건설사로 급성장하고도 해외 건설시장 진출이 쉽지 않았던 중흥건설이기에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한 대우건설은 이를 해소해줄 최적의 기업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다만 몸집이 더 적은 기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승자의 저주’ 우려는 따라붙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이미 한 차례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나온 아픈 기억이 있다. 

중흥건설은 당시와는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중흥건설과 대우건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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