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일 온라인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뉴시스(사진 = 이낙연 캠프 제공)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일 온라인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뉴시스(사진 = 이낙연 캠프 제공)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슬로건과 5대 국가 비전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 ‘이낙연TV’를 통해 공개한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코로나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다. 지금은 불안의 시대”라며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 일을 제가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겨냥해 “저는 우리 민주당의 세 분 대통령을 모셨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며 “저는 그분들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분들의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고,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해야 한다”면서 “그 일을 제가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5대 국가 비전으로는 △신복지 △중산층 경제 △개헌 △연성강국 신외교 △문화강국 등을 제시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16대부터 19대(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았으나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고 분당된 민주당에 남으면서 여권 주류에서 밀려났다.
 
이후 2014년 전남지사에 당선돼 전남 도정을 이끌던 중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첫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범친문’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총리 재임 기간 논리 정연한 국회 답변과 촌철살인 어록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21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으면서 한때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이 4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서는 6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대세론을 굳히는 듯 했다. 일각에서는 ‘어대후’(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낙연)라는 말까지 나왔다.

◇ ‘이재명 허점 공략’으로 반전 가능할까

그러나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을 받은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촌철살인 어록으로 주목을 받던 총리 시절과 달리 당대표 재임 기간에는 신중한 언행으로 일관하면서 ‘엄중 낙연’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됐고,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받는 이 지사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이후 ‘추미애-윤석열 갈등’ ‘부동산 후폭풍’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이 전 대표가 다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참패했다. 결국 한때 40%대 지지율을 넘나들며 대세론을 자랑하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현재 10%대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본경선이 9월5일 마무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 대표에게는 이제 길게는 두 달여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가 치러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반(反) 이재명’ 후보단일화로 반전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협력을 해야 된다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는데 방법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과 최근 논란이 된 ‘미 점령군’ ‘영남 역차별’ 발언 등을 비판하며 이 지사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불안정’한 후보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학술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닌데 정치는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을 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며 “당에 많은 의원들이 (이 지사의 안정감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그분은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에서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저는 기본브랜드인 신복지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게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반이재명 후보단일화’와 ‘이재명 때리기’로 남은 두 달 동안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지율이라는 것은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바람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특별한 전환점이 필요한 것”이라며 “다른 후보가 큰 실수를 한다거나 새로운 도덕성 관련 의혹이 제기된다거나 하지 않는 한 반전의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가 정세균 전 총리 등과의 친문 후보단일화로 반전의 기회를 삼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총리 출신의 정책형 후보라면 그 내용을 가지고, 지금처럼 뚜벅뚜벅 기회가 올 때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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