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다. 공식 테이블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이날 야권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루며 정치‧정책적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간 여러 인사를 만나며 보폭을 넓힌 윤 전 총장이 이날 ‘제3지대’의 안 대표까지 만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야권 통합의 주도권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는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정치‧경제‧외교‧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소득주도성장 및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교체는 물론 야권의 외연 확장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양측 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 진영을 넘어 실용 정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만나기로 했다”며 “정책적 연대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날 회동은 만남 전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윤 전 총장은 그간 ‘빅 플레이트론(큰접시론)’을 주장해 왔다. 보수진영뿐 아니라 중도‧진보를 아우르는 ‘반문(反文) 연대’를 구축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연일 조기 입당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독자 행보에 나선 것도 이를 배경으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3지대’의 안 대표를 만나면서 윤 전 총장의 ‘외연 확장’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은 싫어하지만, 또 반문(反文)이지만, 비(非)국민의힘이 있다″며 ″이런 분들과 좀 더 만나 대화를 하고 외연 확장을 하고 싶다는 차원에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외연을 확대하고 난 다음에 적절한 시기에 입당하리라고 저는 예측을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공동전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장 국민의힘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뉴시스

◇ 공동전선 구축 가능성도 솔솔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으로선 반갑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당에 손사래를 친 윤 전 총장이 독자 행보에 이어 외부 세력화까지 성공한다면 야권 통합의 주도권은 윤 전 총장 쪽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국면서 ‘야권 빅텐트’ 중심축을 강조해온 국민의힘으로서는 피해야 하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도 국민의힘으로선 걸림돌이다. 당장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의 공통된 이해관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으로선 국민의힘 바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안 대표도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의 공동전선 구축 가능성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안 대표가 범통합을 하되 이른바 이준석의 시간표대로가 아닌 우리 시간표대로 가겠다는 일종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당장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다음 수’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이들은 구체적인 야권 통합의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공동전선 가능성에 대해 “각자 해석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도 “(윤 전 총장에게) 앞으로 계획이 어떠냐고 했더니 열심히 다니면서 많은 분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는 정도 말씀만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정시 출발론을 앞세워 이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대구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와 윤 전 총장 두 분 다 문 정부에 맞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야권 빅텐트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면서도 “대선 버스는 정시출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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