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전용기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지율 40%인 문재인 대통령과 척져서는 (여당에서)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전용기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지율 40%인 문재인 대통령과 척져서는 (여당에서)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6일 JTBC 유튜브 ‘신예리의 밤샘토크’에 출연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 수석의 발언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깨문’ 발언에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반발하며 여권이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지지율 40%’의 청와대가 이런 경고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 40%선 유지하는 대통령 지지율

임기 말의 청와대와 대선을 앞둔 집권여당은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정권 재창출이 목표인 여당은 청와대와 ‘거리두기’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기가 8개월 남짓 남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인사 문제 등 여권발 악재가 있었음에도 아직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정권들처럼 최측근·친인척 비리가 불거지지 않았고, 미국·유럽순방으로 오른 지지율이 아직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넘어설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점도 지지율 유지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여권은 정권 말 청와대와 척을 지면서 지지율을 견인하는데, 이같은 ‘여의도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 실제로 문 대통령, 혹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진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대선주자들도 난감한 기색이다. 여당의 대권주자들은 여러 공약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계승·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TV토론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보다는 실정을 지적하며 어설픈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지지층에 추가로 외연을 확장하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통상적인 ‘여의도 문법’을 버리지는 못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6일 서울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박용진, 최문순, 정세균, 양승조, 김두관 후보.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6일 서울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박용진, 최문순, 정세균, 양승조, 김두관 후보.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 ‘거리두기’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송 대표는 지난 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청와대 인사 검증 실패, 부동산 정책 실정 등을 비판했다. 송 대표로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중도층 확장에 나선 셈이다. 여당의 대권주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집권여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 구애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당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집권여당은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민주당엔 현재 ‘미래권력’으로 굴림하는 사람이 없다. 대권주자들도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와중에 이 수석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지지율 40%인 문재인 대통령과 척져서는 (여당에서)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여야의)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 회복 등의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 수석의 이같은 자신감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해당 방송에서 “(문재인 정부는) 주변 관리가 잘 되고 부패 스캔들이 없는 정부이자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정권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해당 발언을 통해 ‘임기말 청와대 때리기’는 소용없으며, 정권 재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를 보낸 것이다. 여권으로서는 기존의 ‘청와대와 거리두기’ 대신 다른 차별화 전략을 개발해야 하는 시점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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