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여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공세를 가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에서 김씨 논문을 두고 파상공세를 가하자, 윤 전 총장 측은 9일 “여당은 자당 대선후보들 본인의 논문 표절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 여권, ‘김건희 논문’ 두고 파상공세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국민대에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논문은 김씨가 2008년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 박사학위를 받은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이다. 일각에서는 논문의 상당 부분이 포털 검색결과와 일치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논문에 앞서 개발돼 특허등록까지 마친 ‘애니타’의 제품 저작권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씨가 2007년 ‘한국디자인포럼’에 게재한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 역시 화제가 됐다. 이 논문 제목에 병기된 영문 번역에서 ‘회원 유지’가 ‘member Yuji’라고 표기돼 있어서다.
또 강민정 열린우리당 의원은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가 2007년 8월 ‘기호조형학연구’에 게재한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 논문의 경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2007년 ‘세계 문화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의 문장 형식을 바꿔 한 단락을 채웠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민주당 의원들도 김씨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공세를 취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연히 검증되어야 한다. 참 입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로 안 좋은 일“이라고 밝혔고, 이소영 대변인도 한 방송에서 “(회원 유지의) ‘유지’가 (‘Yuji’라고 쓰인 건) 민망한 게 맞지 않냐”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9일 민주당은 본격적인 공세를 취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씨의 논문표절 문제가 일파만파”라며 “범죄행위가 있다면 신속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남편이 검찰총장 출신이라도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란 걸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영배 최고위원도 “윤 전 총장의 책임회피에 ‘윤로남불’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대학이 자율적이고 학술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게 무슨 해괴한 말인가”라며 “(논문 표절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로, 업무방해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뒷짐지는 국민의힘… 혼자 맞서는 윤석열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공세에 나서자 윤 전 총장 측은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버리고, 여당 대선후보의 논문을 거론하는 ‘물귀신 작전’에 나섰다. 여권에서 계속 관련 지적이 이어지자 강경한 자세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여당을 향해 “공당이라면 배우자가 아닌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등 자당 유력 대선후보들 본인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석사학위 논문과 정세균 전 총리의 박사 논문, 추미애 전 장관의 석사 논문 등을 겨냥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이 공세 모드로 전환했지만, 국민의힘은 잠잠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이후 김씨의 논문 의혹에 대한 질문에 “저는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이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 관련 사안은 윤석열 캠프 대변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니 국민의힘 관련 말씀만 드리겠다”며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정작 윤 전 총장의 ‘악재’에 거리를 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게다가 이 회동은 윤 전 총장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직 입당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써는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에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장모 구속이나 부인 김씨 관련 의혹 등을 혼자 맞서는 형국이다. 이에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사이의 ‘입당 기싸움’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자신을 둘러싼 악재와 홀로 싸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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