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전·후 모임 인원 규제 달라… 만원 버스·지하철은 규제 않아
“기준 이해 안 된다” 비판 쏟아져… 소상공인,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호소
한국, 코로나19 검사자 1,000명당 1명 미만… 확진자 수·방역규제 의미 퇴색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발효했으나,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세부 지침을 두고 불만과 의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12일 0시부터 오는 25일 오후 11시 59분까지 2주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주요 내용으로는 △오후 6시 이후 모임 인원 2인까지 허용 △택시 탑승자 2인 제한 △헬스장 러닝머신 속도 6㎞/h 제한 및 스피닝·에어로빅 등 GX 음악 120bpm(분당 비트수) 이하 제한 △수영장 외 운동 시설 샤워장 이용 제한 △결혼식 직계가족만 49인까지 허용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규제를 놓고 “과도한 규제”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 및 종사자는 음식점이나 소규모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다.

수도권에서 12일부터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주요 내용 중에는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오후 6시 이전에 3∼4인이 함께 식사 또는 당구와 볼링 등 운동을 하기 위해 영업장에 방문한 경우일지라도 오후 6시가 넘으면 2명은 귀가 또는 다른 장소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이러한 사적 모임 3인 이상 금지 조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적용된다. 이를 어기고 3인 이상 모임을 가지다 적발될 경우 개인은 과태료 10만원, 사업장은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실상 야간 외출금지 격의 강력한 조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2일 코로나19 상황 브리핑을 통해 “4단계 거리두기가 국민적 불편함, 사회적 피해 등을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이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2주간 확산세를 꺾는 데 목적이 있다”며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도록 했지만 2명 모임이 증가하면 별 의미 없게 될 수 있으니, 모쪼록 2주간은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거리두기 4단계가 사실상 ‘야간 통금’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서는 “4단계의 핵심은 야간에만 나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모임, 약속 등을 줄여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리두기 4단계의 목적이 “2주간 확산세를 꺾는 것”이라는 것과 상반되게 불특정 다수가 집중되고 인구 밀도가 높은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나 백화점 등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만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6시 이후 모임 인원과 택시 탑승자는 2인 이하만 허용하는 등 제한을 하고 나서 의문을 부추긴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규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수도권 소상공인은 이제 다 죽으라는 건가요’ 제하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을 작성한 청원인은 “왜 계속 이렇게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봐야 하나요”라고 운을 뗐다.

청원인은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하면 또 제일 피해보는 건 소상공인들인데 매번 언론에만 떠들썩하게 거창하게 몇백(만원)씩 지원해주는 것처럼 나오고 막상 신청하면 ‘기준에 안 맞아서 안 된다’ ‘어째서 안 된다’ 변명 늘어놓기 바쁘다”며 “거리두기 격상하면 사적모임 못하고 못 돌아다니는 게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고 호소했다.

이어 “겨우겨우 버티고 버티는데 이제 와서 또 5차 재난지원금 푼돈 몇 푼 쥐어주고 버티라고 하는 것은 하루하루 죽지못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으라고 등 떠미는 꼴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적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부의 이번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대해 “도대체 뭐가 기준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식 친족 확인은 어떻게 할 것이냐” “마트·백화점·대중교통부터 규제해라” “단체운동에서 빠른 비트 음악을 켜면 왜 안 되는지, 러닝머신 속도를 6㎞/h 이하로만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 등 반감을 드러냈다.

‘our world in data’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가별 인구 1,000명당 일일 코로나19 검사자 수. 한국은 1,000명당 코로나19 검사자 수가 1명 미만으로, 타 선진국 대비 검사자 수가 확연히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 ‘our world in data’ 사이트 갈무리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 규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해 실효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인구 1,000명당 일일 코로나19 검사자 수가 적기 때문에 검사자 수 기준을 늘리면 확진자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our world in data’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일일 코로나19 검사자 수는 지난 2분기 동안 대부분 1명 미만으로, 0.2~0.5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1,000명당 일일 코로나19 검사자 수가 1명을 넘어서는 날은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다. 반면 다수의 다른 선진국에서는 1,000명당 일일 코로나19 검사자 수가 보통 2∼7명 수준, 많게는 10명, 20명을 이상에 달한다.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국내 검사자 수를 다른 선진국 정도 규모로 확대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질병관리청은 이와 관련해 “인구 1,000명당 일일 검사자 수 데이터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며 “매주 월요일 주간 검사자 수 및 확진자 수 등을 종합해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거리두기 기준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생활방역팀은 별도의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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