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태국의 합작 공포영화 ‘랑종’으로 돌아온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쇼박스​
​한국과 태국의 합작 공포영화 ‘랑종’으로 돌아온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공포 장르에 대한 따분함을 느껴 오랜 시간 다루지 않았는데,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보면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20대에 데뷔작 ‘셔터’(2005)를 통해 ‘태국 호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를 받으며 ‘천재 감독’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이어 태국 최초의 천만 관객 동원작이자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피막’(2014)으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으며 태국 최고의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샴’(2007), ‘포비아’(2014) 이후 코미디‧멜로‧로맨스 등 다른 장르의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반종 감독은 태국의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랑종’으로 다시 한 번 극강의 공포를 예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공포물이다. 영화 ‘곡성’(2016) 나홍진 감독이 기획과 제작은 물론 시나리오 원안을 집필했고, 반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국과 태국의 합작 영화다. 

‘랑종’은 나홍진 감독의 강렬한 스토리에 반종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 공포물을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높은 수위와 과감한 장면 연출에 대한 평가는 나뉘고 있지만, 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기대작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반종 감독은 “태국어로 만든 영화가 한국이라는 넓은 시장에서 소개돼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태국 샤머니즘을 다룬 ‘랑종’. /쇼박스​
태국 샤머니즘을 다룬 ‘랑종’. /쇼박스​

-나홍진 감독과 협업한 소감은. 
“‘셔터’와 ‘샴’을 제작한 이후 공포 장르에 대한 따분함을 느꼈다. 보는 것도, 제작하는 것도 싫어서 오랜 시간 다루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좋은 공포영화가 많이 나왔다. 특히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보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꼈고, 나홍진 감독과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도전의식을 느꼈다. 나홍진 감독과의 협업을 한 단어로 압축해서 얘기한다면 ‘압박감’ ‘중압감’이다. 워낙 훌륭한 감독이라 협업하는 것에 대한 압박감과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었다. 협업하고 난 후 느낀 점은 정말 좋은 분이고 나를 믿어주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자율적인 기회를 많이 줬다는 것이다. 명령을 내리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의견 교류가 있었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피드백을 하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랑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인간의 원죄나 악령들의 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나홍진 감독과 의견을 모은 것은 관객에게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자는 거였다. 결론을 내리지 말고 인간의 악과 원죄에 대해, 결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자고 의견을 모았다.”  

-페이크 다큐 형식을 사용한 이유는. 
“시나리오 원안부터 페이크 다큐 형식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다. 페이크 다큐 형식이 가장 적합한 방법인가, 픽션처럼 촬영하면 어떨까 고민을 했다. 나홍진 감독과 많은 논의를 거쳐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촬영하게 됐다. 태국의 무속신앙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파워풀하게 표현하는데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릴야 군몽콘켓
 ‘랑종’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나릴야 군몽콘켓 /쇼박스

-태국의 샤머니즘을 다룬 만큼 조사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면. 
“오랜 시간 조사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태국의 무속신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많은 무속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금전적인 목적이나 누군가를 속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순수한 의도를 갖고 무속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국 돈으로 천원을 받고 질병을 치료해 주는 무속인이 있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만 실제 질병이 낫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냐 가짜냐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어떻게 보면 정신과 의사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도 하게 됐다.” 

-배우들에게 가이드라인만 주고 촬영을 했다고.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그렇게 한 이유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리얼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자연스러운 연기, 실제에 가까운 연기를 담기 위해 그렇게 연출했다. 중요한 대사만 주고 배우들이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렇게 촬영한 후 맞는지 배우와 같이 논의하면서 맞춰나갔다.”

-밍 역의 나릴야 군몽콘켓의 연기가 굉장히 강렬했다. 나릴야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감독은 어떤 디렉팅을 줬나.
“각 배우와 감독과 한국의 나홍진 프로듀서와 협업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와 나릴야는 빙의나 이상 증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된 다큐를 많이 봤다. 태국에서도 무속인들이 빙의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논의하고 협의를 거쳤다. 나홍진 감독과 ‘부산행’ ‘곡성’에 참여한 유명 안무가의 의견도 합쳐져서 좋은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 

한국과 태국의 합작 공포영화 ‘랑종’으로 돌아온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쇼박스
반종 감독이 ‘랑종’으로 국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쇼박스

-시사회 후 높은 수위에 대한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장면들을 꼭 넣어야 했던 이유가 있다면.  
“나홍진 감독과 각 장면마다 수위 조절에 관해 굉장히 많은 논의를 거쳤다.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영화의 스토리와 관련해서 꼭 필요한 화면만 넣었다. 촬영하면서도 조심했다. 선정적이거나 위험하고 무서운 장면에 대해서는 CCTV를 활용한 연출이라든지, 화면을 어둡고 흐리게 한다든지 주의를 기울였다. 리서치하면서 태국의 여러 무당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섞여 들어갔다. 태국뿐 아니라 한국의 무속신앙도 섞여있다고 보면 될 거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장면들이 스토리 전개와 메시지 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연결고리였고, 수위였다.” 

-아시아 공포영화에서 태국 공포영화는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태국 공포가 아시아 각국 공포 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전한다. 태국 사람들의 습성이나 생활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태국 사람들은 여러 믿음과 신앙이 노출돼있다. 사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지방을 돌면서 보니 각 마을마다 믿는 신들이 다르더라. 또 여러 귀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는데 교회도 있고 절도 있고 그렇다. 태국 사람들은 귀신도 믿고 불교도 믿고 여러 믿음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귀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것들이 태국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영화를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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