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경선에 임하는 각오와 경쟁후보들의 공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경선에 임하는 각오와 경쟁후보들의 공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쟁 구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본경선 전략을 ‘급수정’했다.

이 지사는 예비경선에서 경쟁후보들이 기본소득 정책 후퇴 논란,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과 관련해 집중 공격을 퍼붓자 수세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김빠진 사이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지사와 ‘이재명 대선캠프’는 ‘김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전략적 인내를 바탕으로 ‘원팀’ 정신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선 과정에서 대선후보들이 갈등을 표출해 민주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일 경우, 대선 본선에서 ‘원팀’으로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로선 원팀을 살려서 손실을 최소화 하고 본선에서 소위 우리 역량이 최대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저는 심하게 공격하면 안 된다”며 “손발 묶인 권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예비경선 기간 ‘김빠진 사이다’라는 지적을 받은 것과 관련 “본선에서 원팀으로 하기 위해 내부에선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이제 저는 사이다보다 국밥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이재명, ‘사이다’로 복귀… 왜?

그러나 이 지사는 다시 ‘사이다’로 방향을 틀었다. 또 동시에 친문 표심을 겨냥한 구애 공세를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는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격차를 좁혀오자 전략 수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경선에서는 사이다와 국밥 동시 전략으로 가는 건가’라는 질문에 “원래로 되돌아가야 될 것 같다”며 “쏘는 맛은 조금 줄여서”라고 답했다.

이 지사는 “그걸(경쟁 후보들의 공격) 다 견뎌냈는데 오히려 제가 부상을 입는 상황이 온 것 같다”며 “판세도 판세지만 저희 지지자분들이나 아니면 여권 지지자들이 ‘지금 뭐 하는 거냐’ ‘왜 그렇게 답답하냐’ 이런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지사는 친문 표심을 겨냥해 지난 대선 경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격을 가했던 것에 대해 반성문도 써내려갔다. 이 지사는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인 박시영TV에 출연해 “요새 (문 대통령에게) 너무 죄송하다. (나의) 업보다”라며 “겪어보니까 추상적으로 말씀드렸던 것하고 지금 막상 당해보니까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제 생각에는 대통령에게 혜택은 안 받는 대신 피해도 받지 않겠다, 원칙대로 하자는 스타일”이라며 “그래서 당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재명 대선 캠프’도 본경선에서 ‘원팀’ 기조를 유지하되 이제부터는 경쟁 후보들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정식 캠프 총괄본부장은 15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예비경선에서 이 지사가 많이 두들겨 맞았다. 원팀 경선을 하다보니 적극적인 대응과 방어를 안한 것”이라며 “본경선에서도 기본적으로 원팀 경선 기조는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검증, 정책 경쟁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팩트를 왜곡하거나 도를 지나친 부당한 공격에 대해선 이제 맞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재명다움이 밋밋해진 부분을 다시 재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 측의 본경선 전략 수정에 대해 “선거를 하다보면 전략은 얼마든지 수정 가능한 것이다”며 “이 지사 측이 예비경선 기간 이 지사가 지나친 겸손 모드를 보이면서 자신감 결여로 비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핵심 지지층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선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특히 경선이 ‘친문 대 반문’ 대결 구도로 가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해서 공세적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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