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 연구팀,  유명인 자살 보도 후 자살률 변화 심층 분석
2012년 자살예방법 및 2013년 자살보도권고기준 시행 후 변화 나타나
전홍진 교수 “언론 자정 노력 덕… 유튜브·SNS 등에서도 사회적 합의 필요”

2012년 ‘자살예방법’과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차례로 시행되면서, 유명인 자살보도 후 한 달 간 자살률 증가폭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 삼성서울병원
2012년 ‘자살예방법’과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차례로 시행되면서, 유명인 자살보도 후 한 달 간 자살률 증가폭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 삼성서울병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언론에서 유명인의 자살을 다룰 때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라 보도방향을 바꾸자 일반인의 자살률이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살을 묘사하는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히 전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파파게노 효과’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셈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IF=5.744)’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자살률이 줄어든 배경으로 언론의 보도변화를 꼽았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자살사망자 수는 1만3,01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1만3,799명 보다 781명(5.7%) 감소했다. 자살률이 최고치에 이르렀던 2011년(1만5,906명) 대비 2019년 및 2020년 자살사망자 수는 각각 2,107명(13.2%), 2,888명(18.2%) 줄어들었다.

2012년 ‘자살예방법’과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차례로 시행되면서, 유명인 자살보도 후 한 달 간 자살률 증가폭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자살사망자 감소 현상에 대해 2012년 자살예방법 시행과 더불어 2013년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언론현장에 적용된 효과로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제로 ‘자살예방법’과 ‘자살보도 권고기준’ 시행 이전인 2005년부터 2011년 사이 유명인의 자살 관련 보도가 나간 후 한 달 동안 일반인 자살률은 평균 18% 늘었다.

유명인의 사망 직전 한 달 평균값과 비교한 결과로, 5년간 월 평균 자살률과 코스피(한국유가증권시장) 지수,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을 모두 반영해도 자살보도가 미친 영향이 뚜렷했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은 일반인들의 자살률에 영향을 크게 끼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일반인들이 유명인의 자살보도를 접하면서 이에 동조하거나 우울증, 자살생각 등 부정적 요소들이 악화되면서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2012년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2012년 ‘자살예방법’과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차례로 시행되면서, 유명인 자살보도 후 한 달 간 자살률 증가폭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2013년∼2017년 사이에는 유명인들의 자살사망 보도 이후 한 달 동안 일반인들의 자살률 증가 폭을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홍진 교수는 “법적·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자살을 대하는 언론의 노력으로 지난 10년간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면서 “다만 2018년 이후에 다시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등을 통해 더 쉽고 다양한 경로로 유명인의 자살 관련 소식이 전해지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자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전홍진 교수는 자살률을 더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근거중심 지역사회 맞춤형 자살예방 대책과 “지역사회 복지 인센티브를 통한 사회 연결성 증진 방안 등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상반기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보도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언중위의 심의기준을 위반해 시정권고를 받은 보도 건수는 707건이며, 이 가운데 자살사망 보도 심의기준 위반은 156건(22.1%)에 달했다. 2020년 상반기 자살보도 심의 기준 위반은 43건(7%)에 불과했다.

언중위는 “코로나 블루 등 심리적 고립감으로 인한 자살이 증가하면서 관련 보도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자살자 신상을 공개하거나 자살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할 경우 모방 자살 유발 우려가 큰 만큼 유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