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각종 난제를 짊어지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은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각종 난제를 짊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이 지난했던 노사갈등에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모처럼 손을 맞잡은 노사는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선언도 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묵은 과제 하나를 털어낸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거듭되는 사망사고와 지지부진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 그리고 대규모 적자 등 풀기 힘든 ‘3중고’가 남아있다.

◇ 갈등 푼 현대중공업 노사, 함께 선언까지

현대중공업이 2년 넘게 이어왔던 임단협 노사갈등을 매듭지었다. 지난 13일 3차 잠정합의안이 마련된데 이어 지난 16일 진행된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64.63%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마침내 악수에 성공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2일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 선언‘ 선포식을 열고 조선산업 발전과 회사 재도약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2019년과 2020년 임단협 조인식도 이날 개최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으나,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에 따른 물적분할을 놓고 큰 충돌이 빚어지면서 이후 2년 넘게 극심한 갈등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는 2차례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투표를 넘지 못했고, 7월 들어서는 노조의 전면파업 및 크레인 점거와 사측의 법적대응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바 있다. 그러던 중 극적으로 노사합의에 성공한 것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노사 선언 선포식에서 “내년 창사 50주년을 앞두고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오늘 선언을 시발점으로 노사가 힘을 모은다면 조선산업 선두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2019년, 2020년 2년치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최근 2019년, 2020년 2년치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현대중공업

◇ 50주년 앞두고 ‘난제의 연속’

이처럼 해묵은 과제 하나를 털어낸 현대중공업이지만,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은 결코 아니다. 노사갈등 못지않게 풀기 힘든 ‘난제’가 여럿 남아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잇단 사망사고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월과 5월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고강도 특별감독을 받고 대대적인 안전대책까지 발표했으나 지난 13일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9개월 동안 5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한영석 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대거 재판에 넘겨진 바 있어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사고에 따른 후폭풍은 더욱 거세다.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시점이라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진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현대중공업이 2019년 1월 전격 추진하고 나선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어느덧 2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EU 경쟁당국의 심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데,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매각 반대’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반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뒤숭숭한 상황 속에 현대중공업은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1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8,973억원의 영업손실과 7,2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상반기 누적 실적 역시 대규모 적자로 전환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이 4,227억원, 현대삼호중공업이 2,6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현대미포조선 역시 1,9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급격한 실적 추락은 후판 등 원자재가 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호조를 이어가며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후판 가격 인상에 이어 2분기 대규모 적자까지 기록하면서 좋았던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모습이다.

물론 2분기 적자에 대한 분석 및 향후 전망은 서로 엇갈린다. 손실을 보수적으로 선반영한 것인 만큼, 향후 수주 호조 효과가 나타나면 더 큰 폭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과 원자재가와 선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공존한다.

이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수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익성이다. 과거 조선업계에 대대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주 원인은 수주가 아닌 수익성이었다. 최근의 수주 호조만 놓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영석 사장이 언급한 대로 현대중공업은 내년 창립 50주년이란 뜻 깊은 시기를 맞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망사고와 지지부진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 및 이에 대한 반대,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악화 등 여러 난제를 짊어지고 있다. 모두 풀기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에서 창립 50주년을 향한 발걸음은 무겁고 험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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