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3일 회동하면서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었다./뉴시스(사진 = 이낙연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3일 회동하면서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었다./뉴시스(사진 = 이낙연 캠프 제공)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행보가 최근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예비경선 기간에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하며 ‘케미’를 자랑했었다.

정 전 총리의 공격 포인트도 주로 이낙연 전 대표가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있었다. 이 때문에 정 전 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단일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정 전 총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사이에 불붙은 ‘노무현 탄핵’ 공방전에 가세했다. 지난 2004년 3월 국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을 당시 이낙연 전 대표는 탄핵에 동참한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다.

최근 이재명 지사 측은 당시 이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양측의 ‘과거사’ 공방전이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 전 총리가 이낙연 전 대표를 정조준하며 ‘탄핵 공방전’에 가세했다. 정 전 총리는 23일 MBC 라디오에서 ‘탄핵 논란이 불거졌다.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것들이 네거티브로 연결된다든지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한다든지 그런 것은 조심해야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정 전 총리는 “따질 것은 따져야죠”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총리는 “제가 마지막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탄핵을 막기 위해서 의장석을 지킨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 전 총리는 “저는 우리 당(열린우리당)쪽은 잘 안다. 그렇지만 우리 당과 다른 정당, 그 당시 잔류 민주당이라고 한다. 그쪽 사정은 저는 자세히 모른다”며 “그래서 그쪽 사정은 그 당에 계셨던 분들이 잘 아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다.

정 전 총리는 그러면서 “제가 원래 적통을 얘기한 것은 정체성을 제대로 따지자. 당의 정체성을”이라며 “민주당 정체성과 맞는 후보를 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그런데 제가 그런 주장을 하니까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것은 자격지심에서 나온 거라고 본다”며 “저는 당의 역사, 그리고 위기가 있을 때 항상 중심에 서 있었다. 제가 당대표를 세 번 했는데 당이 아주 어려울 때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 정세균, ‘노무현 탄핵 공방’ 가세한 이유

정 전 총리가 이처럼 ‘노무현 탄핵’ 공방과 관련, 이낙연 전 대표 공세에 가세한 것은 최근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도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친문 지지층의 표가 자신이 아닌 이 전 대표쪽으로 쏠릴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이 민주당 ‘적통 후보’임을 강조하기 위해 ‘노무현 탄핵’ 공방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한때 거론됐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 전 총리는 지난 3일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한 이후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금 논의되는 건 없다”고 밝혔었다.

정치권에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의 이 같은 언급에도 본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의 1강이 계속 유지될 경우 이낙연 전 대표와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의 상승세가 계속 된다면 두 주자의 단일화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친문 지지층들의 표가 정 전 총리에게 오지 않고 이낙연 전 대표에게 가는 부분에 대해 정 전 총리가 ‘이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더 적자인데’라는 생각에 자신이 촉발시킨 논란은 아니지만 ‘노무현 탄핵’ 공방에 대해 ‘따질 건 따지자’고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 교수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단일화는 이제 물 건너간 것 같다. 우선 명문이 없다”며 “지지율이 ‘5대 5’나 최소한 ‘6대 4’ 정도라면 정 전 총리 자신이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이 전 대표를 추대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광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단일화 같은 것은 검토된 적도 없고 논의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 전 총리는 “단일화를 하려면 정체성이나 정책에서 그래도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공학적으로 단일화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정체성이나 정책에 있어서 단일화를 생각할 만한 분은 안 계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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