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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법안 해법탐구 프로젝트
[국회계류 쟁점법안 - ‘변형카메라 관리법’③] 반대 측 “변형카메라 정의 모호”
2021. 07. 23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탁상시계, 차키, 스마트 워치, 안경.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그런데 이같은 물건에 숨은 ‘또 다른 눈’이 나를 몰래 지켜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생활필수품으로 위장한 불법 촬영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법 촬영 노출에 대한 공포감은 여름철 호러 영화에서 느끼는 그것보다 클 수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신이 이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에 대해 의심하기 어려워서다. 그러나 초소형 카메라(변형카메라)를 이용한 범죄 사례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생활 속 물건까지 의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국회는 초소형 카메라를 관리하는 법안을 내기에 이른다.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변형카메라 관리법)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매번 꾸준히 발의돼 왔지만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법안이 반대에 부딪힌 이유는 변형카메라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사진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변형카메라 관리법)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매번 꾸준히 발의돼 왔지만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법안이 반대에 부딪힌 이유는 변형카메라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사진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변형카메라 관리법)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매번 꾸준히 발의돼 왔다. 그러나 한 번도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유통 이력 관리 등 사전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변형카메라’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기술 발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변형카메라 관리법은 크게 ‘장병완안’과 ‘진선미안’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진선미안’이다. 앞서 발의됐다 폐기된 ‘장병완안’의 골자는 ‘변형카메라의 제조·수입·판매·배포 및 광고에 대한 허가제 도입’과 ‘유통 이력 추적’이다. 

‘진선미안’의 골자는 ‘변형카메라의 제조·수입·판매·배포 및 광고에 대한 등록제 도입’과 ‘유통 이력 추적’이다. ‘허가’와 ‘등록’의 차이인데, 등록의 경우 취급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정해두기 때문에 허가보다는 규제가 느슨하지만 허가에 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 법안 논의 어려운 가장 큰 이유

그런데 두 법 모두 변형카메라의 정의를 두고 지적을 받았다. 이같은 지적이 법안 논의를 진척시키기 못한 주된 이유였다. 

올해 3월에 발의된 ‘진선미안’의 경우 주행이나 방범 등의 목적이나 용처가 분명한 산업용 카메라는 제외시켰다. 하지만 드론, 웨어러블 카메라, 로봇청소기, 자율주행차 같은 제품도 변형카메라의 범주에 들어가 기술 도입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기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스마트 안경, 스포츠 등 개인 활동 촬영을 위한 일반 웨어러블 카메라 같이 새로운 융·복합기기와 제정안의 규제 대상인 변형카메라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전 국회에서 발의됐던 '장병완안’ 역시 변형카메라의 범위를 ‘외관과 크기 등을 달리하여 타인이 이를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카메라’로 규정하고 있어 구글 글라스, 드론 등이 규제의 범주에 포함될 개연성이 있다는 검토의견이 있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과기부는 해당 법안에 대해 “카메라 기술이 자동차·의료·산업·국방 등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 기술 발전 저해 가능성, 영세 취급업자 등이 이행하기 어려운 여러 의무부과, 사생활 침해 소지 등의 우려가 존재한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았다. 

카메라 기술이 발전되면서 드론, 웨어러블 카메라, 자동차, 로봇청소기, 국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는데, 변형카메라 관리법이 제정될 경우 이같은 카메라도 규제를 받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은 드론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카메라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드론, 웨어러블 카메라, 자동차, 로봇청소기, 국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는데, 변형카메라 관리법이 제정될 경우 이같은 카메라도 규제를 받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은 드론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해외직구 카메라 막을 수 없어”… 사각지대도 지적

또한 해당 법안은 ‘이동통신단말장치’(휴대폰) 등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점, 해외 직구 등을 막을 수 없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역시 소형카메라로 분류되지만, 많은 이들이 사용한 휴대폰 카메라까지 허가 또는 등록을 받게 될 경우 규제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 위원은 “통계상 범죄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휴대폰 등이 제정안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개인이 카메라 모듈을 구입하여 직접 변형카메라를 제작하거나 해외 직구를 통한 구매 등은 단속하기 어려워 변형카메라 규제의 실효성이 낮다”고도 했다.

또한 변형카메라 취급업자에게 변형카메라의 소재 등 현황 정보를 과기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상 처벌이 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법제처는 이에 대해 “변형카메라 취급업자의 책임이 없는 부분에까지 형벌을 부과하게 되어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0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은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정작 공청회는 열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은 공청회를 열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안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한 별도의 공청회는 아직 열리지 못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법안이 그대로 제정되면) 드론도 전부 허가·등록제로 해야 한다”며 “(변형카메라 사용을)못하게 될 수 있다. 법을 만들 때는 무엇을 규제 대상으로 삼을지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