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가 인터넷을 통해 무상으로 공개된  ‘오픈소스(Open source)’는 미래 소프트웨어 시장뿐만 아니라 ICT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오픈소스(Open source)’가 전 세계 소프트웨어(SW) 시장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국내외 IT업계 전문가들 은‘오픈소스를 얼마나 잘 활용 하는가’가 앞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결정적 역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떠오르는 오픈소스란 무엇이며, 미래 ICT산업 시장 주도권의 ‘핵심 키’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열려있는’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디지털 혁신 이끈다

통칭 ‘OSS(Open-Source Software)’라고 불리는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인터넷을 통해 무상으로 공개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누구나 오픈소스를 이용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것을 재배포할 수 있다. 

오픈소스가 처음 등장하게 된 배경은 198년대부터 소프트웨어 기술의 사유화로 소스 코드가 비공개로 전환되는 것에 반대하는 개발자들의 사회운동에서 출발했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창작 결과물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행동이 SW산업 발전에 독점적 시장 점유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1983년 현 자유소프트웨어 재단(FSF) 이사장인 미국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리처드 스톨만의 주도 하에 시작된 공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GNU프로젝트’가 오픈소스 공개 운동의 대표적 사례다. GNU 프로젝트는 ‘누구나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실행, 복사, 수정, 배포할 수 있고, 누구도 그런 권리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사용허가권 아래 소프트웨어를 배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오픈소스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공개된 소프트웨어 소스를 활용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것을 재배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창작 결과물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행동이 SW산업 발전에 독점적 시장 점유보다 더 효과적이다./ 사진=Gettyimagesbank

IT분야 전문가들은 오픈소스가 향후 소트프웨어 업계뿐만 아니라 ICT산업계 전반의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업과 사람들이 이용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는 28일 발간한 ‘Weekly ICT Trend’ 보고서에서 “1980년대 제안된 자유소프트웨어로부터 시작된 오픈소스는 SW 산업과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단계로 성장했다”며 “많은 SW 기업들은 최신 기술 확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위해 오픈소스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혁신의 근간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등의 소프트웨어 기반 신기술들이 오픈소스로 개발되고 검증되고 있는 만큼, 미래 산업 주도권의 확보를 위한 디지털 혁신을 위해 산업 분야의 오픈소스 생태계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우위 확보를 위한 사업 전략, 차별화 요소 개발, 마케팅 등의 다른 기업 활동들과 효과적으로 연계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픈소스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주요 동력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부문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오픈소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동력원’… 보안·라이선스 문제 등은 해결과제

오픈소스의 활용이 기대되는 ICT분야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요 기술 분야로 꼽힌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ICT기술들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개발 및 활용이 이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픈소스의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 기술 분야가 단연 1순위라고 평가한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발간한 ‘4차 산업혁명의 숨은 원동력, 오픈소스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알파고 이후 3년 간 국내외 AI기술 공개 및 활용이 크게 증가했으며, 국내외 기업들의 AI오픈소스 공개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의 저자 최성호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AI 기술은 딥러닝 분야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텐서플로우와 같은 범용성 있는 프로젝트가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텐서플로우는 2011년 구글에서 개발을 시작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AI·기계학습 라이브러리다. 딥러닝, AI 등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를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아마존 등 굵직한 글로벌 IT기업 들 역시 파이로봇, MXNet 등 AI 관련 오픈소스들을 공개하고 있다. 국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AI 오픈소스도 지난 2017년 공개된 이후 2019년 기준 1,164만건 이상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활용 주체는 산업체가 42%의 비율로 가장 높았다.

최성호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AI관련 오픈소스 프로젝트 수는 지난 2017년 1만4,000여개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관련 커뮤니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딥러닝 오픈소스의 증가는 AI 개발자에게 목적에 맞는 선택성과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활용 및 개발에 대한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오픈소스의 긍정적 이용을 위해선 라이선스 위반 및 보안 문제 등을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진=Gettyimagesbank

다만 오픈소스가 ‘열려있는’ 무상 소프트웨어 자원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라이선스 위반 및 보안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금융권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 제작을 위해 불확실한 오픈소스를 이용할 경우, 해킹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2016년 금융보안원 보안연구부에서 공개한 ‘오픈소스 SW 사용 위협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미국 정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VD)가 공개한 7,937개의 보안위협 중 약 4,300개가 오픈소스에서 발생한 취약점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보고서의 저자 김동진 금융보안원 연구원은 “최근 오픈소스 사용 증가와 함께, 라이선스 위반 및 보안 관련 문제들 역시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권의 경우 보안사고 발생 시 개인정보 유출 및 금전적 피해로 인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오픈소스 개발 및 관리에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코드의 품질이 더 높고 보안상 더 안전할 것으로 인식된다”며 “하지만 오픈소스의 경우 공개된 소스코드 및 부주의한 사용 등으로 인한 다양한 보안 위협에 노출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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