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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윤석, ‘무모한 도전’에 뛰어든 이유
2021. 07. 3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로 돌아온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로 돌아온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8일 개봉해 첫날 12만6,667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운데 이어, 이틀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흥행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 가운데 이뤄낸 값진 성과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끝없는 내전과 기아, 테러로 얼룩져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소말리아의 당시 상황과 고립된 이들의 필사적인 생존과 탈출을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이야기로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는 평을 얻고 있는데, 그 중심엔 배우 김윤석이 있다. 한국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에서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한신성 대사로 분한 그는 인간미와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매력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김윤석은 평범한 가장의 모습부터 내전 상황 속에서 대사관 식구들을 챙기려는 책임감을 지닌 한신성의 감정까지 폭넓게 소화해냈다. 또한 과장 없이 담백한 그의 연기는 ‘모가디슈’가 억지 신파 없이 관객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선사할 수 있었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베테랑 배우 김윤석에게도 ‘모가디슈’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류승완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작품을 택했다는 그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모가디슈’를 택한 관객들에게 최고의 2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윤석이 ‘모가디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이 ‘모가디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됐는데, 반응이 좋다. 기분이 어떤가. 
“영화를 촬영했던 당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했다. (코로나19가) 1년 반 넘게 진행될 줄도 몰랐다. 관계자들이 개봉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겠나. 서로 양보할 땐 양보하고 협력해서 드디어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반응이 나쁘지 않고 좋아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일반 시사회도 더 많이 했을 것이고, 무대 인사도 자유롭게 다니면서 직접 인사도 하고 관객과 만났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더운 여름, 답답함을 날려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관객들의 솔직한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고, 그 힘을 믿는다.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

-류승완 감독과 첫 협업이었는데.
“기회가 있었는데 스케줄이나 여건이 맞지 않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내게 시나리오를 보내줬다는 것, 러브레터를 보냈다는 게 감사한 일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렇게 무모한 프로젝트가 가능할까 싶었다. 해외 촬영도 그렇지만, 한 소도시 반경 5km 내외 지역을 원래 포장도로인데 비포장도로로 만드는 등 어마어마한 미술 세팅이 가능한가 걱정이 됐다. 

더욱 걱정됐던 건 반군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였다. 모로코(실제 촬영지)는 소말리아가 아니잖나. 아프리카계 흑인 배우들을 어디서 모을 것이며, 소위 말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작품에서나 가능한 군중신이나 액션이 정말 가능할까 싶었다. 그런데 그걸 해내더라.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고 점검해서 실제로 형상화시켰다. (류승완 감독이) 작업에 관해서는 굉장히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는 걸 실감나게 느꼈다.”

-한신성 대사는 실제 당시 소말리아 대사였던 강신성 대사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어서 실제 인물을 얼마나 참고했고, 배우 김윤석을 만나 새롭게 확장된 부분은 무엇인가. 
“‘바이러스’라는 작품을 찍고 이틀 뒤에 모로코로 끌려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캐릭터를 생략하거나 확장하기 보다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만든 류승완 감독을 따랐다. 또 내가 발견한 영화 속 인물의 인간다움, 허점도 보이고 굉장히 나약한 지점도 보이고 하지만 끝까지 협력하려고 애를 쓰는 한신성 대사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추격자’ ‘암수살인’ ‘모가디슈’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러 작품을 택했다.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실화이기 때문에 작품을 택하진 않았다. 드라마가 탄탄하고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시나리오가 좋으면 선택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알게 된 경우가 많다. 새로운 이야기도 좋지만,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익숙해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실화가 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모가디슈’로 호흡을 맞춘 김윤석(왼쪽)과 허준호.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로 호흡을 맞춘 김윤석(왼쪽)과 허준호.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용수 대사를 연기한 허준호와의 시너지가 굉장했는데, 첫 호흡이었다. 어땠나.   
“사석에서 준호 형이라고 한다.(웃음) 모로코 가기 전에 한 번 만났는데 허준호 형이 내 팬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정말 감사했다. 형이 잠깐 연기를 쉬었을 때 내가 나온 ‘황해’라는 영화를 보고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라. 참 감동스러웠다. 허준호 형은 작품 속에선 굉장히 카리스마 있는데 실제로는 늘 웃는 사람이다. 촬영 현장에서도 뒤에서 조용히 웃으면서 다독거리기도 하고 커피를 뽑아서 갖다주기도 하고 그런 형이었다. 선배를 바라보면서 본받을 점도 많았다. 또 그런 모습이 그가 맡은 임용수 대사와 겹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하고 강단 있고 나설 때와 안 나설 때를 잘 아는 그런 모습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계속 오래오래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이다.”

-무모한 도전을 끝내고 나서 배우로서뿐 아니라 연출자로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했나. 
“배우가 훨씬 편하다. 하하. 내 것만 하면 된다. 연출하고 난 다음 작품이라 류승완 감독과 제작진이 일하는 게 더 눈에 들어왔다. 어마어마한 준비와 점검과 해내고야 마는 추진력과 열정, 에너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정말 많았다. 감독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게 결코 아니다. 감독의 지휘 아래 수백 명의 스태프가 힘을 합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각자 역할에 구멍 나지 않게 앙상블을 완성해야 한다. ‘모가디슈’ 현장에서 그런 모습은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다. 탄탄한 팀워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던 제작사와 류승완 감독의 모든 게 다 배울 점이었다.” 

-다음 연출에 대한 계획은 없나.  
“정해진 건 없고 많은 것들을 보고 있다. 머리에 쥐가 날 때도 있다. 윤곽이 드러나고 결정이 되면 열심히 파고들어야할 거다. 지금으로서 결정된 건 없다.” 

-‘모가디슈’는 다행히 극장 개봉을 했지만, 최근 OTT를 통해 공개되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극장이라는 광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가 한곳에 모여 한곳을 보면서 두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서로 얻어 갈 수 있는 게 다르더라도 함께 몰입할 수 있는 그 광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다. 극장은 반드시 살아나기 마련이다. OTT와 극장이 균형 있게 발전한다면 작품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작품이 많아지면 선택의 폭은 넓어질 거다. 그러면 당연히 작품의 질도 점점 더 높아질 거다.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는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는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많은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데, 그럴수록 책임감도 클 것 같다. 현장에서 어떻게 임하나.
“사실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동료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후배라고 이야기하는 유아인도 있고, 하정우‧강동원‧주지훈‧조인성까지 동료처럼 대한다. 후배가 선배들에게 본받을 점을 갖는다는 것도 맞지만, 나는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과 본받을 점이 더 많았다. 그런 것들이 서로 더 격이 없이 지낼 수 있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케미’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마음자세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속 많은 후배들과 좋은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외에 또 눈여겨 보고 있는 후배가 있다면. 
“한 사람만 얘기하면 섭섭해할 것 같은데. 하하. 만나보면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배우가 자꾸 나온다. 조인성도 또 한 번 만나고 싶고 구교환도 대단한 것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만나보고 싶다. 우리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웃음) 두 배우 모두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해오고 집중한다는 걸 느꼈다. 뭔가 흉내를 내거나 뭔가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각자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들이 온전히 표현됐을 때 진정한 생명력을 갖는다. 두 배우는 그것을 계속 증명해줬다.”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힌다. 이러한 관객의 믿음이 때로는 부담이 되진 않나.
“언제나 부담스럽다. 그것이 또 다른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좋은 작품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나 스스로에 대해 더 철저한 검증을 가지려고 더 노력한다. 나로서는 내 인생을 관리하는 것이 나의 작품, 필모그래피를 관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담을 이겨내는 건 집중이다. 집중하고 열심히, 깊이 생각하며 매 작품 임하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모가디슈’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껍데기만 있는 영화가 아니다. 속이 꽉 찬 영화다. 무더운 여름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자부한다.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다. 극장 메커니즘의 모든 것이 동원된 가장 최적화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돈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2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