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상반기 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도 또 다시 벤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뉴시스
BMW가 상반기 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도 또 다시 벤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에 ‘만년 2인자’의 설움을 안기며 수입차업계를 선도했던 BMW코리아(이하 BMW)가 이제는 정반대의 입장이 됐다. 어느덧 5년 연속 1위를 내준 가운데, 올해도 일찌감치 1위 탈환이 요원해졌다. 화재결함 파문을 딛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존심 회복은 아직 멀기만 한 모습이다.

◇ BMW, 올해도 넘기 힘든 벤츠의 벽

BMW는 올해 상반기 3만6,261대의 판매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6%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아울러 상반기 수입차시장 점유율도 모처럼 20%를 훌쩍 넘겼다.

뿐만 아니다. BMW의 상반기 판매실적은 한국지엠·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3곳의 상반기 내수시장 판매실적을 모두 뛰어넘었다. 수입차시장을 넘어 국내 자동차시장 전반에서 한층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뜻 깊은 성과 못지않게 아쉬움도 크다. 올해도 벤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채 2인자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벤츠는 올해 상반기 4만2,17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또 다시 BMW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벤츠와 BMW의 차이는 상반기에만 6,000대 가까이 벌어진 모습이다.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한국지사를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던 BMW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7년 연속 수입차시장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 기간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것은 다름 아닌 벤츠였다. 

이들의 입장이 정반대에 놓이게 된 것은 2016년부터다. 벤츠는 2016년 BMW를 제치고 마침내 수입차시장 판매 1위 자리에 오르더니,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반면, BMW는 이 기간 늘 2위에 그쳤을 뿐 아니라 실적 차이도 크게 벌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특히 BMW가 화재결함 파문에 휩싸였던 2019년엔 양측의 연간 판매실적 격차가 3만3,000대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올해는 모처럼 만의 진검승부와 함께 BMW의 1위 탈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우선 한동안 화재결함 파문 뒷수습으로 분주했던 BMW는 지난해를 기해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한 상태였다. 핵심 모델의 출시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월간 판매실적에서 벤츠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에 반해 벤츠는 지난해 판매실적이 사상 처음 전년 대비 감소하는 이상기류가 나타났다. 여기에 벤츠와 BMW가 나란히 E클래스와 5시리즈를 새로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구도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예상은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BMW는 올해 1월과 2월까지만 해도 벤츠를 바짝 추격했다. 1월 판매실적은 단 47대 차이였고, 2월에도 201대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3월부터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더니 결국 상반기에만 5,909대로 격차가 벌어졌다.

E클래스와 5시리즈의 맞대결 역시 벤츠의 승리였다. 벤츠 E클래스가 상반기에만 1만4,73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수입차시장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한 반면, BMW 5시리즈는 1만823대로 2위에 그쳤다.

하반기에도 큰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6월 판매실적에서 5시리즈가 E클래스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긴 했지만, 6,000대 가까이 벌어진 격차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7년 연속 벤츠에게 ‘2인자의 설움’을 안겼던 BMW가 이제는 6년 연속 그 설움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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