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1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송 대표의 편파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표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1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송 대표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표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경기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과열되면서 당내 갈등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각 대선후보들간의 공방전도 날로 과열되고 있고, 당 소속 의원들도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현안별로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이 같은 당내 갈등은 당 지도부로 불똥이 튀고 있다. 대선 경선 전반을 관리하는 송영길 대표가 공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송 대표가 일각에서 제기한 경선 연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1강을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송영길 대표가 지난달 초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친문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강력 견제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구는 되고 안 된다’ ‘누가 되면 차라리 야당이 되겠다’ 이런 안이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제대로 성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반발을 불러왔다. 송 대표가 ‘대깨문’이라는 용어로 지지자들을 비하하고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파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0일에도 송 대표가 경기도청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이재명 지사와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기지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각 후보 진영에서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이번에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최근 정리한 대선 핵심 공약에 ‘생활기본소득 보장’이 포함되자 지도부가 편파적으로 경선 관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기본소득’이 이재명 지사의 핵심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 송영길 지도부에 불만 속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문제 삼으며 “대선관리의 제1기준은 공정한 경쟁이다”며 “그런데 송 대표는 연이어 대선 리스크를 노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다 대선관리에서 손을 떼라는 말이 나오기라도 하면 어찌되겠나”라며 “기본소득은 특정 후보의 대표 공약이자 후보 간 격렬한 논쟁이 현재 진행 중인 정책이다. 당 연구원에서 대선 정책으로 공개 한 것은 부당하다”며 사실상 송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언급했다.

최 전 의원은 또 “아울러 일부 최고위원과 당의 주요 보직자들이 각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지도부와 보직자는 심판이다. 심판이 구단에 속하는 경우는 없다. 당장 선수 락커룸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을 맡은 윤영찬 의원도 정례브리핑에서 “공식적인 당의 입장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경선 치를 때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입장은 늘 공정하고 후보들에 대해서 일점 일획도 의혹이 없어야 한다”면서 불편한 속내를 표출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뜻 보면 지도부가 편파적이다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경선 초반에 지도부가 좀 편파적이라는 오해를 샀었다”며 “만약에 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거 어떻게 되겠나. 그래서 지도부는 이런 분란을 또 일으키지 않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공정한 경선 관리’를 약속하면서도 비판 목소리에 대해 불편한 기류가 감돌았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당대표로서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겠다”며 “어떠한 유불리에 따라 당대표와 지도부에게 서운함을 표시할 수 있겠지만 저와 우리 최고위원, 당 지도부는 공정하게 원팀 정신으로 민주당 경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재성 전 의원의 비판에 대해 “마치 당 대표가 특정 후보 공약을 당의 대표 공약에 반영하는 것처럼 하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송 대표가 선수의 라커룸에 들어간 적이 없기 때문에 나올 일도 없다. 앞으로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심판으로서 공정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이재명 지사 측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YTN에서 “공약이든 뭐든 당 지도부의 어떤 움직임이든 이게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최대한 견제하겠다. 그런 정치적 의도가 일단 담겨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송 대표가 편파성을 일축하며 공정한 경선 관리를 약속했지만 이와 같은 사례가 누적될 경우 당내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지도부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대선 경선이 파행을 빚을 수도 있고, 대선 본선도 ‘원팀’ 기조로 치르는 게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송 대표에 대한 불만이 당장 거취 문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 대표 입장에서는 또다시 ‘편파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됐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은 각 진영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송 대표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며 “그러나 송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이 되면 경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당이 파국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판이 깨지는 상황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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