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등록대수, 국산차 6%↓·수입차 18%↑… 초고가 수입차, 역대급 실적
넓고 큰 SUV 인기, 세단 판매량 추월… 대형 SUV 50%↑, 세단은 11%↓

더 뉴 GLE 쿠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분위기가 수입차와 대형 SUV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수입차 가운데에 메르세데스-벤츠는 상반기 4만대 이상 실적을 올려 올해 8만대 벽을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E 쿠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2021년 상반기 자동차 판매 및 신규 등록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2.6% 판매가 감소했으나, 수입차 및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문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92만4,008대로 전년 동기 94만8,257대 대비 2.6% 감소했다. 상반기 자동차 시장이 소폭 축소된 배경에는 국산 자동차의 부진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 국산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2%(4만9,630대) 줄어든 75만6,631대를 기록했다. 국산차 판매의 대부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브랜드로, 각각 38만3,158대(1.0%↓)와 27만9,883대(0.8%↓)의 실적을 올려 국산차 판매의 87.6%를 차지했다. 두 브랜드의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를 보였으나, 감소율이 1% 내외에 불과해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한국지엠·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3사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12%에서 최대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3사 중 판매량 감소율이 가장 적은 브랜드는 한국지엠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가 감소한 3만31대를 판매했다. 이어 쌍용차가 34.7% 감소한 2만7,282대, 르노삼성은 49.0%나 감소한 2만7,902대 판매에 그쳤다.

국산차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수입차 판매는 늘어나고 있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대수는 총 16만7,377대로, 전년 동기 14만1,996대 대비 17.9%나 급등했다. 수입차 판매 증가세를 견인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3만6,368대에서 올해 상반기 4만2,170대로 16.0% 상승했으며, 동기간 BMW는 2만5,430대에서 3만6,261대로 42.6% 급증했다.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페라리 등 초고가 수입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실적이 역대급을 달성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 우르스가 바이칼 호수 얼음 위를 달리는 모습. /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페라리 등 초고가 수입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실적이 역대급을 달성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 우르스가 바이칼 호수 얼음 위를 달리는 모습. / 람보르기니

또한 평균판매가 4억원 이상 초고가 수입브랜드인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맥라렌·벤틀리·애스턴마틴·페라리 등의 판매 규모도 지난해 상반기 553대에서 올해 상반기 765대로 38.3%나 증가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람보르기니는 올 상반기 180대로 전년 동기 136대 대비 32.4% 증가했고, 동기간 롤스로이스는 77대에서 124대로 61.0%, 벤틀리는 139대에서 208대로 49.6% 등 판매대수가 늘어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측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 시장 실적에 대해 “지난해 국내 자동차판매 대수가 역대 최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성적은 최근 3년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 양호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수입차 점유율이 급상승한 점에 대해서는 “업체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차종별로는 세단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며, SUV 중에서도 사이즈가 큰 대형SUV의 수요가 늘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승용차 실적에서는 SUV 판매대수가 세단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승용 세단의 판매대수는 총 38만3,9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반면 SUV 및 RV와 같은 다목적형 차량의 판매는 39만7,565대로 6%가 증가했다.

다목적형 차량 가운데에서도 중형 이하 크기의 차량은 19만8,788대로 전년 동기 24만4,736대 대비 18.8%가 줄어들었지만, 대형 크기의 차량은 지난해 상반기 13만246대에서 올해 상반기 19만8,777대로 판매가 52.6% 늘어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해 “소형SUV 모델의 신차효과가 약화되는 현상에 중형 이하 차량의 감소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캠핑 및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니밴 판매 호조로 이어졌으며,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고급 대형SUV 신차를 출시하는 현상이 나타나 대형SUV 차량이 승용차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자동차 수요의 고급화·개성화·대형화 추세 속에서 수입산 판매만 급증하는 추세는 생각해 볼 일”이라면서 “국내산 판매부진은 외자 3사의 노사갈등과 신 모델 투입 부족 등 기업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나, 개별소비세 부과시점 차이와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거래 시장 참여 금지 등 수입산 대비 국내산 역차별 등에도 일부 원인이 존재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산차가 수입차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여건을 개선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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