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연소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좌)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 Albierto Rodan, Flickr.com,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좌)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 Albierto Rodan, Flickr.com,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마이크 타이슨은 역대 최연소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다. 1985년 헤비급 복서로 프로복싱에 데뷔한 타이슨은 2년 뒤, 만 20년 4개월이 된 1987년 3월 챔피언이 됐다. 데뷔 후 치른 28번의 경기 중 26번을 KO 혹은 TKO로 승리했으며, 또 이 중 16번은 1회 KO승이었다.

미국 언론은 타이슨을 ‘꼬마 다이너마이트(Kid Dynamite)’라고 불렀다. 키 178㎝, 몸무게 101㎏으로 헤비급으로는 상당히 작은 체구임에도 경기가 시작되면 곧장 상대방에게 파고 들어가 덩치가 훨씬 큰 적을 순식간에 때려눕히는 저돌적 경기 스타일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몇 대 얻어맞더라도 탱크처럼 밀고 들어가 주먹을 날리는 모습에 반한 사람들은 타이슨을 ‘쇳덩어리 마이크(Iron Mike)’라고도 불렀다.

한국 팬들은 그를 ‘핵주먹’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경기를 원자탄처럼 순식간에, 한 방에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꼬마 다이너마이트’, ‘쇳덩어리 마이크’ 같은 밋밋한 미국 별명보다 그의 특징을 훨씬 적확히 드러내주는 이 별명은 훗날 그가 경기 중 상대방의 귀를 물어뜯으면서 ‘핵이빨’로 바뀌었다. ‘핵주먹’이건 ‘핵이빨’이건 둘 다 타이슨에게만 어울리는 강렬한 별명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입에 한 방 얻어터질 때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이라는 타이슨의 말은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의 대사,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가 유명해지면서 인용하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 몇날 며칠 잠 안 자고 여러 번 도상연습까지 해 자기 딴에는 빈틈없다고 생각한 계획이 사소한 실수나 다른 이의 훼방으로 수포로 돌아갔을 때, 그게 얼마나 쓰라리고 억울한가를 경험한 사람은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이 말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와 “입에 한 방 맞을 때까지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는 타이슨의 말이 통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타이슨은 은퇴 후 여러 해가 지나 한 기자가 “어떻게 이런 훌륭한 말씀을 남기게 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타이틀전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어떻게 될 거 같으냐?’ ‘상대방은 이런 스타일로 치고 나올 거라는데 너는?’ ‘도전자가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피할 거라는데 어떻게 따라잡을 거냐?’ ‘알리처럼 춤추듯 스텝을 밟으면서 널 혼내주겠다는데 괜찮겠냐?’ 따위를 물어오는 거라. 그때 내가 그랬지. ‘그딴 계획 암만 세워봐라. 입에 한 방만 맞으면 쥐새끼처럼 겁먹고 오들오들 떨 걸’이라고 한 거야.”

타이슨은 이것 말고도 ‘명언’을 많이 내놓았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고 말한 알리가 ‘링 위의 시인’이라고 불렸던 것처럼 ‘철학자 타이슨’이라고 불리기도 한 모양이다. 구글에는 “타이슨을 철학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누가 그에게 “당신이 남긴 말 중 어떤 걸 제일 좋아하시오? ‘입에 한 방 맞으면 계획이고 뭐고 없을 걸’, 그거요?”라고 물었더니 “아니, ‘모든 사람에게 친구인 사람은 자기 자신의 적(A man that’s a friend of everyone is an enemy to himself)’이 제일 마음에 들어”라고 대답했다.

타이슨은 “모든 사람에게 친구인 사람은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A friend to all is a friend to none.)”라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경구를 살짝 바꿔서 대답한 것이다. “계획은 입에 한 방 맞을 때까지만 있는 거다”는 19세기 초 독일 육군 원수였던 헬무트 몰트케의 “작전은 적을 처음 만난 순간 바뀐다(No plan survives first contact with the enemy.)”라는 ‘작전의 정의’에서 따온 거라는 말도 있다.

타이슨은 왜 “입에 한 방 맞으면”이라고 했을까? 눈도 있고, 턱도 있고, 코도 있는데, 왜 입을 콕 집어 거기를 때리겠다고 했을까? 생각도 실력도 없이 입부터 나불대는 게 미웠던 게 아닐까? 계획이랍시고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이는 ‘주둥이’부터 닥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아닐까? 자기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그 ‘아가리’를 다시는 못 벌리게 하려던 게 아닐까?

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시무 7조’라는 글로 유명해진 진인(塵人) 조은산이 며칠 전 국민의힘 대권주자 윤석열을 만나 “권투선수라면 타이슨이 되고 싶나, 메이필더가 되고 싶나”고 물었더니 윤석열은 “타이슨처럼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메이웨더는 타이슨과는 달리 파고 들어오는 상대방을 요리저리 피하면서 한 방씩 때리고 달아나는 스타일의 복서다. 삶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너무 피곤해진다. 만나기 싫은 ‘뺀질이’기 때문이다.

타이슨처럼 되고 싶다는 윤석열의 대답이 그저 저돌적으로 앞만 보고 쳐들어가겠다는 뜻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게 누구든 간에, 상식과 공정은 애초부터 무시하고 변칙과 위선만 일삼는 한국 사회의 모든 ‘뺀질이’들이 다시는 더러운 입을 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말한 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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