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모델’에 선정된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를 두고 안경업계 내 이해관계자들과 관계 부처가 지난달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큰 가운데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시력조절용(이하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여부를 두고 안경업계 내 이해당사자 간 입장대립이 첨예하다. 안경사를 대표하는 ‘대한안경사협회(이하 대안협)’ 측은 세밀한 측정 없이 제조된 안경은 국민 눈 건강에 심각한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반면 온라인으로 도수 없는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딥아이’ 측은 인공지능(이하 AI)‧증강현실(이하 AR) 기술을 활용해 안경사들이 하는 작업을 온라인으로도 구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안경사 “소비자 눈 건강 저해” VS 딥아이 “온라인 판매도 품질 유지 가능”

업계 내 공방은 지난 2019년 3월 딥아이가 온라인 도수 안경판매 허용 여부에 관한 검토를 정부에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딥아이는 신산업 분야 서비스에 대해 일정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에 제품 및 서비스의 시험‧검증이 주목적인 ‘실증특례’를 신청한 바 있다. 현행법상 도수 안경판매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조항에 근거해 의료기기로 분류돼 면허를 보유한 안경사의 안경점을 통해서만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안경사 업계에서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규제 완화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한걸음모델’ 과제로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를 선정하면서 논란은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한걸음 모델은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신사업 도입이 지연될 때,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관계부처가 모여 한 걸음씩 양보해 갈등을 조정하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갈등 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양측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어서다. 

우선 딥아이 측은 도수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해도 품질유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딥아이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 시, 렌즈 제조는 최근 6개월 내 시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격증을 보유한 안경사를 통해 이뤄진다. 또한 자사 스마트폰 앱으로 AI‧AR 기반 기술을 활용해 얼굴크기, 눈동자 사이 거리와 높이 등을 측정해 안경 피팅 또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소비자가 안경을 받은 뒤 불편함을 느끼면 반품‧환불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며 안경 피팅의 경우 자사 안경원은 물론 딥아이와 파트너십을 맺은 안경점을 이용해 세부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존 안경사업자를 대표하는 대안협 측은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반대하고 있다. 우선 안경 렌즈는 안과 시력검사 측정치만으로 제조되는 게 아니라 안경사가 소비자의 생활환경‧시습관‧시각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안경 피팅 역시 눈동자 사이 거리와 높이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현업에 있는 안경사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모처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현직 안경사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안과에서 발급한 안경처방전엔 강한 도수가 기입돼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개인에게 알맞은 도수를 제시하려면 시각을 사용할 때 주로 가까이를 보는지, 멀리를 보는지와 같은 시습관을 파악해야 한다. 그 후 근·원거리 초점을 전환하는 능력, 한 초점을 지속적으로 응시할 수 있는 능력, 눈 근육의 힘 등의 눈 조절력에 따라 도수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도 나이‧직업‧습관 등 다양한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소비자에게 필요한 도수를 제시할 수 있다”며 “안경처방전에 기입된 측정치만으로 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과도한 도수 안경을 장기간 사용하면 눈에 강한 피로감은 물론, 눈 조절력이 약화돼 시기능 저하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딥아이 측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딥아이 측은 <본지>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얼마 전 시작한 한걸음모델 상생조정기구 회의에서 구체적 내용을 다루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질의 내용엔 답변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한다”면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안경테는 의료기기인 도수렌즈와 결합되지 않으면 불완전 할 수밖에 없다. 안경사 분들과 협력은 당연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경사협회와 오프라인 안경점 안경사 분들과 상생‧협력이 이번 논의에 대전제”라며 “추후 논의과정이나 도출된 결론과 별도로 최근 자사에서 시작한 ‘블루써클 캠페인’같이 안경업계와 협력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안경업계 이해관계자 갈등 조정 가능성 ‘안갯속’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와 관련해 ‘2021 한걸음모델 상생조정기구’ 1차 회의는 지난달 9일 개최됐다. 이날 회의엔 대안협과 딥아이를 비롯해 한국소비자연맹‧대한안과학회‧한국소비자원‧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되면서 협의체 참석자들은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대안협 측도 말을 아꼈다. 대안협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 자체가 민감하고 협회 측에서도 결정된 정책적 방향이 없어 뭐라 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측은 “협의가 시작돼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기재부 측도 협의 초기인 만큼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근 1차 회의에 대해 “이해당사자와 이해관계자, 관계부처가 모여 얼굴을 익히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인지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걸음모델은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함이 아니고 회의 참여자들이 입장을 교환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주 목적”이라며 “회의 참여자들께 오해가 있으면 풀어 달라 부탁하고 한걸음모델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합의가 돼 온라인 판매를 전격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에서 관련된 법을 개정한다든지 국회 측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로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향후 나올 합의문에 따라 관련 담당부처들이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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