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의 경선버스가 출발도 전에 출렁거리고 있다. ‘원팀 경선’을 치르자는 다짐도 무색해지는 형국이다. 일부 대선 주자들이 당내 일정보다 개인 일정에 더 집중하는 데다가, 이를 바라보는 다른 주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5일 대선 경선예비후보 전체회의를 열고 경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부분 후보가 참석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원장은 각각 ‘휴가’와 ‘지역 방문’을 이유로 불참했다. 휴가 중인 홍준표 의원,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 격리 중인 박진 의원도 이날 불참했다.

전날(4일) ‘쪽방촌 봉사활동’에 이어 이날 회의에도 이들이 불참하자 당내에선 볼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홍 의원 등은 당이 계획한 서울 용산구 쪽방촌 봉사활동에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당장 정치권에선 이를 ‘지도부 패싱’이라고 해석한다. 앞서 윤 전 총장이 당 지도부의 부재를 틈타 입당을 서둘렀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 요소다. 대선을 불과 7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역할’을 부각하려 하자 ‘반기’를 들며 당 지도부와 유력 주자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국민의힘은 이러한 해석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준위에서 경선 일정을 짜는 것에 내가 의결하는 것도 아니고 최고위 개입을 받아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봉사활동도 경준위서 준비한 건데, 그걸 당 대표와 알력 관계로 캠프가 해석해버리면 경준위 있는 분들이 상처받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다. 당장 서병수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언론에서 지도부 패싱 문제, 엇박자 문제, 주도권 싸움 이런 표현을 한다”며 “과연 이러한 모습이 후보자에게 좋을 것인지 또는 당에 득이 될 것인지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개인 일정′ 이유로 연이어 당 행사에 불참하자 당내 주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뉴시스

◇ 당내 주자들 ‘기싸움’ 본격

후보와 지도부의 갈등으로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당내 다른 후보들은 이들의 행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날 봉사활동 불참을 비판한 하태경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새로 입당한 두 분하고 그렇게 복당을 간곡히 요청한 분까지 당 공식 레이스가 시작 하는데 각자 개인 플레이를 할 거면 입당 왜 하셨는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직격했다. 안상수 전 의원도 “일부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연이은 불참이 신경전의 기폭제가 됐지만, 후보들의 불만은 보다 뿌리 깊은 모습이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경쟁하듯 당내 인사들을 끌어모으며 세 확장에 나섰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땅따먹기′, 유승민 전 의원과 윤희숙 의원이 ′줄 세우기′, ′구태정치′라고 날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현직 의원들에게 후보 캠프 일을 도와도 된다고 용인한 것은 구태정치 회귀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표님의 결단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면서 ‘원팀 경선’에도 경고등이 켜진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기존 당내 주자들이 새로운 주자들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 지도부의 책임론도 지적된다. 대선 후보가 아닌 당이 중심이 돼 판을 짜려다 보니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의원들의 캠프 참여를 열어준 것도 지도부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이 너무 급한 모습”이라며 “(후보들이) 각자 개성에 맞는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데 당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엄정한 심판이어야 하는데 감독을 하려고 드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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