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인건비 부담에 심야 시간대에는 편의점을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확대하고 나섰다. / 이마트24
편의점 업계가 인건비 부담에 심야 시간대에는 편의점을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확대하고 나섰다. / 이마트24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생활안정 및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고용·노동시장 환경이 뒷받침 돼 주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는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쉽게 말해, 최저임금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고용을 줄인다면 그만큼 일자리도 줄어들고, 인상된 최저임금은 의미없는 ‘숫자’로만 남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무인매장의 증가가 의미하는 것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1/4분기∼4/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연령대별 일자리 통계에서 40대 이상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30대 이하 일자리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11월(4분기) 대비 2020년 11월(4분기) 일자리 수는 △60대 이상 39만2,000개 △50대 15만6,000개 △40대 4만6,000개 등 늘어났는데 반해, 2030세대에서는 △30대 -6만8,000개 △20대 -2만3,000개 등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분기 조직 형태별 일자리 증감을 살펴보면 정부·비법인단체, 회사 이외의 법인, 회사법인 등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개인기업체에서만 4만8,000개가 감소했다. 개인기업체로는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등이 대표적이며, 해당 업종의 일자리 감소가 타 업종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앞서 발표된 2020년 1∼3분기 통계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40대와 50대, 그리고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2030세대 일자리는 매 분기 -6만개, -16만4,000개, -15만개 등 감소세를 보였다.

물론,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인해 경제계 전반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의 경우 신규채용을 중단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고, 중소상인들의 경우 줄줄이 폐업한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난해 특정 세대의 일자리 감소 현상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결과로 단정짓기 어렵다. 

다만 다양한 통계에서도 나타나듯,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중소기업들과 중소상인들은 적지 않고 인건비를 이유로 채용(고용)을 줄이고 있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 제갈민 기자
알리바바 무인로봇카페 평촌점. 출입구 쪽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로봇 바리스타가 제품을 제조해 픽업 데스크에 얹어준다. 소비자는 영수증 하단의 바코드를 인식기에 찍으면 픽업 데스크 문이 열리면서 주문한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종업원(직원) 없은 무인매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 안양=제갈민 기자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무인매장 역시 달라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이긴 하지만, ‘인건비 감축’ 및 ‘효율적인 인력관리’면에서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실제 편의점업계의 경우, 최근들어 무인 매장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주간에는 점원이 근무하고, 심야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형태가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브랜드에 따라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스마트 매장’ 또는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불린다. 업계에서 운영 중인 이러한 반 무인화 매장은 △GS25 430여개 △CU 290여개 △이마트24 150여개 △세븐일레븐 130여개 수준으로 알려진다.

심야시간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편의점에는 셀프 계산대 또는 AI(인공지능) 무인판매기 및 키오스크 등이 설치돼 있다. 최근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심야 시간대에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주류 구입을 제한할 수 있는 무인주류자판기도 도입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4시간 운영이 보편화된 편의점의 경우에는 야간(심야) 근로자의 인건비가 큰 부담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라며 “야간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하지 않고도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편의점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새롭게 창업을 계획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점차 무인매장에 관심을 갖고, 산업계도 단순 노동자를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나서 무인매장의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 일자리 감소 현상 증가할 듯  

무인점포는 비대면(언택트) 열풍과 최저임금 급등이 맞물리면서 기존 사업자들이나 새롭게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서 좋은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인점포의 가장 큰 장점은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다. 종업원 없이 운영이 가능한 무인점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시 인건비 지출을 줄여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로 하루 8시간, 주 5일을 근무하는 근로자 1인의 인건비를 2021년 최저시급(8,72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주급은 41만8,560원이며, 월 22일을 근무하면 181만3,760원 수준이다. 여기에 연장·야간·휴일 근무수당이 발생하면 고용된 근로자 1명의 급여로만 매달 200만원 정도를 고정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 제갈민 기자
프레시스토어 강남점에 설치된 스마트 키오스크와 진열돼 있는 신선식품. / 강남=제갈민 기자

반면 무인점포는 초기 투자비용만 감수할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반적인 키오스크는 새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200만원대 수준에서 구할 수 있으며, 중고제품은 100만원대 수준이다. 키오스크를 활용할 시 주문을 받는 종업원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아도 돼 요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및 음식점에서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로봇 바리스타를 도입해 주문부터 제조까지 전부 무인으로 운영되는 카페도 생겨나고 있다. 로봇 바리스타의 경우 종류에 따라 월 대여료가 150만원 전후부터 220만원 정도 수준으로 알려진다. 근로자 1명의 주간 근무 월 급여 수준으로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다. 

인력관리에 따른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게 무인점포 운영자들의 얘기다. 예컨대, 근로자는 개인 스케줄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하거나, 갑작스런 직원 공백으로 매장 운영에 불편함을 겪기도 하지만 무인 또는 로봇 바리스타의 경우 이러한 불편 없이 운영이 자유로워 점주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문웅 스마트키오스크 대표는 “인건비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무인매장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무인매장에 대한 니즈는 점차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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