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계류장에서 미군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한미연합훈련 연기 문제를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뉴시스
김여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10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했다. 이날은 연합훈련 사전훈련 개시일이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계류장에서 미군 헬기가 착륙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10일 담화를 내고 한미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날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하 연합훈련) 사전훈련 개시일이다. 김 부부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담화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눈길을 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내외의 한결 같은 규탄과 배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한국)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합동군사연습은 미국의 대 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 표현”이라며 “인민 안전을 위협하고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게 만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 행동”이라고 했다.

또 “거듭되는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며 “조선반도의 정세 발전에 국제적 초점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침략전쟁연습을 한사코 강행한 미국이야 말로 지역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현 미국 행정부가 떠들어 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조성된 정세는 우리가 국가 방위력을 줄기차게 키워온 것이 천만 번 정당했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해 주고 있다”면서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들부터 철거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 미군과 전쟁 물자 철수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현실은 말이 아니라 실제적 억제력만이 조선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우리에게 가해지는 외부적 위협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 사활적 요구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대 강, 선대 선 원칙을 언급하며 “날로 가중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 억제력,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 데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기회에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담화는 지난 1일 경고성 담화 이후 9일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김 부부장은 연합훈련에 대해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면서 진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상황인지라 연합훈련 후 정세에 관심이 쏠린다. 김 총비서는 집권 이후 연합훈련에 대해 ‘핵전쟁 예비연습’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이날 김 부부장이 김 총비서의 위임을 받아 담화를 발표한 것은 북한의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지 도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북한은 과거에도 연합훈련 기간에는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가 훈련이 종료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갑자기 유화정책으로 전환했다”고 진단하며 일관성 있는 남북관계 개선 추구를 주문했다. 

또 김 부부장의 담화에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오전 개시 통화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오전 9시 개시통화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며, 통화 내용의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남북은 연락사무소를 통해 매일 오전 9시, 오후 5시에 정기 통화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