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논란′을 계기로 최재형 전 원장의 ′정치 초보′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 초보′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출마 선언 당시 준비가 안된 모습을 보인 데다가, 최근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는 최 전 원장이 이같은 꼬리표를 어떻게 끊어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논란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최 전 원장은 지난 6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를 사용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현행법상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상황에서 마이크‧확성기를 사용할 수 없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최 전 원장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캠프는 입장문을 내고 “이미 응원 나온 분들이 있었고 이분들 중 누군가 건네준 마이크를 사용한 것”이라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법 위반 시비를 빚은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를 향한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여권에서는 ‘법조인 출신’인 최 전 원장이 이를 몰랐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최 후보의 법조인 경력마저 의아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인 홍정민 민주당 의원도 “2012~2014년 대전광역시 선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만큼 선거법 전문가”라며 “결과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에선 최 전 원장의 ′자질 부족′을 부각시키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공당, 그것도 제1야당 대선 후보들이 이렇게나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믿기 어려워한다”며 “이번에도 선거법 준비가 부족해 마이크를 잡으신 거냐. 대선에 공부하러 나오셨나”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드러난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9일) 페이스북에 최 전 원장의 ‘선거법 논란’과 관련해 “정치 초보의 실수”라고 적었다. 물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양 대변인의 표현에 대해 “해당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양 대변인이 표현을 수정하며 일단락 됐지만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 ‘정치적 임팩트’ 절실

최 전 원장에게 정치 초보 이미지는 정치 시작 때부터 따라 다녔다. 대선 출마 선언식은 이러한 이미지를 굳힌 계기였다. 당시 그는 정책 현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공부가 부족하다”는 식의 대답만 했다. 대선 후보로서 준비가 덜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물론 이는 최 전 원장만의 ‘약점’이라고 할 순 없다. 야권 대선 선호도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각종 설화가 이어지면서 정치인으로서 미숙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같은 모습이 당내 다른 후보들의 공격 빌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준비가 안 됐다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서 준비된 후에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청와대는 공부방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 초보의 티를 벗기 위해선 정책적 숙지가 우선 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도 숙제다. 이를 갖추지 못할 경우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경쟁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 전 원장은 어떤 임팩트가 없다″며 “윤석열의 대안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정돈되고 숙지된 발언, 미래지향적 발언들이 나와야 하지만 너무 보수적이고 차별성 없는 발언을 하다보니 왜 최재형을 뽑아야 하는지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전 원장도 결점을 보완하는데 부심이다. 그는 이날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련된 정책적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적 행보에 무게감을 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날에는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손을 들어주며 윤 전 총장과 차별화를 보였다. 박 평론가는 통화에서 “최 전 원장이 먼저 당에 입당했고 최소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에겐 윤석열보다 최재형이 우리 당 사람이라는 일종의 메시지는 전달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역부족”이라며 “중도 확장성과 정책적 숙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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