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 삶은 국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최 전 원장은 본의와 다르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한 게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최 전 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은 ″말꼬리를 잡고 있다″며 반박했다.

최 전 원장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제가 했던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놓고 일각에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며 “그 말 뒤에 ‘도움이 꼭 필요한 국민들은 도와줘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 말을 자른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1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서 “이 정부의 목표 중 제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나”라고 말했다.

딩장 여당서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가의 역할을 매우 단순하게 본 것”이라며 “후보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 라디오에서 “같은 당도 아닌데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낯부끄럽더라”며 “대통령이 되시겠다는 분이 하실 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예비후보인 하태경 의원은 전날 “국민의 삶은 국민 스스로도 책임져야 하지만, 당연히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가 져야 할 아무 책임도 없다면 최 후보님은 도대체 무엇을 책임지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나오셨나”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최 전 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자신의 발언에 담긴 뜻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말로 간섭하고, 통제하고, 규제하겠다는 것은 곧 전체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책임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감언이설이고 더 나아가서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가가 국민 삶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가’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의미 있는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우리 정치 행태는 이 화두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은 무식하기도 하지만, 속뜻은 ‘내 밑으로 들어와 입닥치고 있으면 필요한 걸 줄게’에 다름 아니다”라며 “통제받는 것을 망각시키기 위해 ‘돈 뿌리기’가 수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앞길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논쟁할 생각은 안 하고 말꼬리나 잡는 정치세력’을 몰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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