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7일 당초 예정된 대선 예비후보 정책토론회를 취소하고, 오는 25일 비전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당장 토론회를 고수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당내 갈등 진원지인 정책토론회를 취소하고 비전발표회를 열기로 했다. 깊어진 갈등의 골을 일단 봉합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내 반발에도 토론회를 고수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물러서는 자세를 보이면서 리더십 타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선준비위원회가 기존에 계획한 토론회는 원내대표의 중재안에 따라 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은 오는 18일과 25일 대선 예비후보들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후보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경선 흥행을 도모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주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헌‧당규에도 없는 토론회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를 강하게 밀어붙인 이 대표를 직접 겨냥했고, 급기야 ‘탄핵 발언’까지 새어 나왔다. 이 대표가 해당 발언을 문제삼자 윤 전 총장이 사과의 뜻을 밝히며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은 ‘녹취록 유출’ 문제로 번졌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 통화 내용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외부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당내 위기감은 고조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 이 대표의 독단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 17일 최고위가 약 2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지속한 것도 혼탁한 당내 사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 대변인은 “당내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어서 모든 인원들이 그 부분에 있어 개인적인 의견을 내는 건 최대한 자제하고 당의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회의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곧 정리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나 새어 나왔다. /뉴시스

◇ ″윤석열 곧 정리″ 발언 일파만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한 것이 일파만파 퍼지며 그의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당 발언과 관련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통화를 했다.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직접 통화를 한 원 전 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태는 것도 없고 빼는 것도 없다”며 힘을 실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과연 정권교체의 의지가 있는가 의구심이 생길 정도의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전날(16일) 페이스북에 “혁신을 뒤로함으로써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공정성에도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합당 불발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연일 안 대표를 ‘찍어 누르는’ 듯한 언행이 오히려 야권 통합을 방해했다는 평가다. 안 대표는 전날(16일) 국민의힘과 합당이 결렬됐음을 선언하며 제3지대를 도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실상 경선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향후 이 대표가 험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젊은 리더의 스타일을 구기면서 국민들이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번복과 후퇴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 관리에 있어서 정확한 일정을 제시하고 응당 책임을 묻는 원칙이 있어야 기강이 서고 경선 레이스를 제대로 굴릴 수 있다”며 “그 원칙은 국민과의 원칙으로 누구 편에 끌려다니는 모습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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