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회장이 이끄는 에넥스가 상반기 적자 실적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넥스 홈페이지
박진규 회장이 이끄는 에넥스가 상반기 적자 실적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넥스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주방가구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한 에넥스가 실적 부진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너일가 2세 박진규 회장 체제가 본격화한 이후 내리막길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활로 모색으로 분주한 가운데, 박진규 회장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높은 B2B 비중에 발목… 2세 시대 ‘흔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넥스는 올해 상반기에도 아쉬운 실적을 이어갔다. 매출액은 1,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34억원의 영업손실 및 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8억원의 영업손실과 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에넥스는 2019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4,45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9년 3,636억원에 이어 지난해 2,336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또한 2019년 28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하더니, 지난해에는 85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공교롭게도 에넥스는 2019년 세대교체를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창업주 박유재 명예회장이 공동대표 및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고, 그의 장남인 박진규 회장이 승진하며 진정한 ‘2세 시대’에 돌입했다. 박진규 회장 입장에선 자신의 시대가 개막한 이후 실적이 고꾸라지고 있는 씁쓸한 상황이다.

에넥스의 실적 부진은 회사가 지닌 치명적인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에넥스의 지난해 말 기준 판매경로를 살펴보면, 65.4%를 건설사 특판이 차지하고 있다. 일반소비자의 비중은 18.7%에 불과하다. 이 같은 구조는 건설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 최근 건설 경기가 다소 둔화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이는 일찌감치 B2C 및 리모델링 부문을 키워놓은 한샘을 비롯한 가구업계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호재를 맞은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에넥스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최근 변화 및 해법모색으로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B2C 공략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공장매각 등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에넥스 관계자는 “B2C 비중 확대를 위해 최근 서울 논현동에 매장 부지를 확보하고 다양한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울러 건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진규 회장이 에넥스를 한 단계 도약시키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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