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당대표-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중재자′를 자처한 셈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당 대표와 후보들 간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국민의힘 내부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갈등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같은 ‘제안’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교체와 민생안정을 위한 당대표 대선예비후보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걱정말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국민들은 정부의 잇따른 K방역 자화자찬과 희망 고문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고 있을 뿐”이라며 “이런 와중에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정권교체의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할 국민의힘이 볼썽사나운 내부 분열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간 ‘녹취록 공방’으로 인해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원 전 지사가 ‘더 이상 공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당의 내상은 깊어진 모습이다.

최 전 원장은 “당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 사이에 녹음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진실 공방을 지켜보며 허탈하지 않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이런 내부분열로 인해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저희는 그야말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당의 분열과 자중지란을 또다시 반복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이 대표와 다른 예비후보들께서 부디 저의 충심을 이해해주시고 조속한 연석회의 개최에 흔쾌히 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갈등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이날도 이 대표와 원 전 지사 간 갈등의 여진은 계속됐다. 대선 주자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 지지율이 떨어져도 내 주목도만 올라가면 된다는 식”이라며 “굉장히 저급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원 전 지사를 재차 비판했다. 

최 전 원장 측이 연일 ‘역선택 논란’을 띄우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치권은 이를 갈등의 또다른 뇌관으로 평가한다. 사실상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명분에 힘을 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 의원은 “최재형 후보가 정치한 지 얼마 되시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게 상당히 우려스럽다”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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