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기’로 뭉친 (왼쪽부터) 곽시양‧공명‧김유정‧안효섭 / SBS
‘홍천기’로 뭉친 (왼쪽부터) 곽시양‧공명‧김유정‧안효섭 / SBS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SBS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 이후 5개월 만에 사극 드라마를 선보인다. ‘홍천기’가 ‘조선구마사’ 여파로 사그라든 사극 열풍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SBS 새 월화드라마 ‘홍천기’(연출 장태유, 극본 하은) 제작발표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장태유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유정‧안효섭‧공명‧곽시양이 참석했다.

‘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 분)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이 그리는 판타지 로맨스 사극이다.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자 정은궐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별에서 온 그대’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연출한 장태유 감독과 ‘멜로가 체질’을 공동 집필한 하은 작가가 의기투합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원작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드라마로 재탄생되는 ‘홍천기’는 가상의 국가 ‘단왕조’를 배경으로 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안평대군이 양명대군(공명 분)으로, 수양대군이 주향대군(곽시양 분)으로, 화공들이 그림을 그리는 장소인 도화원이 고화원으로 바뀌는 등 원작 속 인물 및 장소들의 명칭에 변화를 줘 새로운 가상 배경에서 펼쳐질 이야기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홍천기’ 연출을 맡은 장태유 감독 / SBS
‘홍천기’ 연출을 맡은 장태유 감독 / SBS

연출을 맡은 장태유 감독은 “‘홍천기’는 정치 사극이 아닌 로맨스를 중점적으로 다룬 판타지 사극”이라며 “멜로와 판타지, 그리고 사극적 재미를 한 데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홍천기’는 전작인 ‘별에서 온 그대’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다 합친 드라마”라며 “‘바람의 화원’에서 한차례 다뤘던 천재 화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별에서 온 그대’가 지닌 판타지적 요소를 하람이라는 캐릭터가 지니고 있다. 또 주향대군과 양명대군이 정치 싸움을 하는 시대적 배경을 그려내 세 작품을 다 아우르는 종합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앞서 지난 3월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만큼, 작품을 표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장태유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다루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고민 끝에 원작과 달리 시대적 배경을 조선시대에서 ‘단왕조’로 설정해 판타지 세계를 구축했다. 또 역사적 실존 인물이나 실제로 사용된 지명 등은 가상의 이름으로 바꿔 역사 왜곡 논란을 방지하고자 애썼다”고 밝혔다.

홍천기 역을 맡은 김유정 / SBS
홍천기 역을 맡은 김유정 / SBS

다수의 사극 작품에서 활약한 ‘사극 여신’ 김유정과 지난해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안효섭이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도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먼저 김유정은 사랑에 진취적인 유일한 천재 여성 화공 홍천기 역을 맡아, KBS2TV ‘구르미 그린 달빛’(2016) 이후 5년 만에 사극 연기를 선보인다.

김유정은 “예전에 원작 소설을 재밌게 읽었었다”며 “홍천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메리트가 컸던 것 같다. 극중 유일한 여화공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기존 사극에서 보여지는 여성 캐릭터들과 다른 면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장태유 감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내게 큰 요소였다”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이어 사극 연기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는 “고증을 잘 지키되, 그 틀 안에 너무 갇히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며 “고증을 지키려 하다 보면, 말투나 행동에 제약이 있을 때가 많더라.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장태유 감독과 SBS ‘바람의 화원’(2008) 이후 13년 만에 재회하게 된 소감도 전했다. 김유정은 “‘바람의 화원’에서는 아역으로 잠깐 등장했고, 이번에 제대로 함께 하게 됐다”며 “장태유 감독이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의견을 냈을 때 깊게 생각해 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장태유 감독은 “김유정이 열 살 때 만났었는데,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는 게 믿을 수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바람의 화원’ 할 때 ‘연기 신동’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잘 성장해 어엿한 여주인공이 됐다. 성인 연기자 김유정으로 완전히 새롭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하람 역을 맡은 안효섭 / SBS
하람 역을 맡은 안효섭 / SBS

안효섭은 어린 시절 기우제를 지내다 사고에 휘말려 앞을 볼 수 없게 된 서문관의 주부 하람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도전한다. 전작 ‘낭만닥터 김사부2’ 이후 많은 러브콜을 받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장태유 감독 작품을 많이 보고 자랐다. 장 감독의 디렉팅 아래 출연할 수 있는 게 영광”이라며 “아무래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도 있고, 안 살아본 시대를 연기해야 해서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캐릭터를 위해 안효섭은 거문고도 배우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는 “과거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을 접해보긴 했으나, 거문고는 생소한 악기였다”며 “너무 다른 방식의 악기여서 감을 익히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또 거문고가 ‘한(恨)의 악기’이기도 하고, 어떻게 표현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서 내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유정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이다 보니 의지를 많이 했다”며 “연기하는 걸 받아주기만 하면 돼서 쉽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화하면서 맞춰가는 과정을 갖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장태유 감독은 “매우 겸손한 대답”이라며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본 적 없는 안효섭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 거다. 작가님도 그렇고 편집실에서도 ‘안효섭의 재발견’이라고 했었다”고 말해 안효섭의 새로운 매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양명대군 역을 맡은 공명(왼쪽)과 주향대군 역을 맡은 곽시양 / SBS
양명대군 역을 맡은 공명(왼쪽)과 주향대군 역을 맡은 곽시양 / SBS

이 밖에도 공명이 양명대군으로, 곽시양이 주향대군으로 나서 극의 재미를 배가시킬 전망이다. 공명은 김유정‧안효섭과 삼각관계를 이뤄내며 작품 속 설렘 지수를 높일 예정이다. 그는 “양명대군과 홍천기는 대군과 화공이라는 신분 위치의 차이에도 친구같이 티격태격하는 로맨스”라고 말해 김유정과의 ‘케미’를 궁금하게 했다.

또 곽시양은 “주향대군은 원작에 없는 가상의 인물이다. 극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며 “‘홍천기’에서 가장 어둠을 담고 있는 캐릭터라 표현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생전 안 해봤던 스모키 분장을 하는가 하면,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 위해 옷을 어두운 계열 위주로 입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렬한 활약을 예고했다.

끝으로 장태유 감독은 “너무 재단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의 드라마로서 봐주시면 상당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홍천기’는 오는 30일 밤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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