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반의 가상공간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SK텔레콤 등 IT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 확보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IT 기반의 가상공간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SK텔레콤 등 IT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 확보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메타버스(Metaverse)’가 정보통신기술(IT)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VR·AR) 기반의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700억달러(한화 301조1,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역시 네이버, SK텔레콤 등 IT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 확보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부터 사회연결망서비스(SNS), 금융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메타버스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까.

◇ 10대·MZ세대 열광하는 ‘메타버스’… 콘텐츠 트렌드 바꾸나
     
현재 우리나라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제페토(ZEPETO)’를 앞세운 ‘네이버(Naver)’라고 볼 수 있겠다. 

네이버의 자회사 ‘SNOW’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AR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제페토라는 서비스 명칭은 동화 ‘피노키오’에서 말하는 인형인 피노키오를 만든 목수 할아버지 ‘제페토(Geppetto)’에서 딴 것으로 보인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가상의 아바타인 ‘제페토’를 생성할 수 있다. 아바타의 모습도 이용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개성 있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제페토의 외형과 제페토가 머무르는 방의 인테리어도 꾸밀 수 있으며, 여러 제페토 이용자들과 실시간 소통도 가능한 ‘AR 메타버스 놀이터’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의 AR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2018년 8월 처음 출시 이후 제페토의 사용자는 급격히 증가해 올해 2월 전 세계 가입자 수는 무려 2억 명을 돌파했다./ 사진=네이버

제페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활성화됨에 따라 흥행에 날개를 달았다. 특히 네이버 측에 따르면 제페토는 해외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8월 처음 출시 이후 제페토의 사용자는 급격히 증가해 올해 2월 전 세계 가입자 수는 무려 2억명을 돌파했는데, 전체 서비스 이용자는 90%가 해외 이용자이며, 이 중 10대가 80%를 차지했다.

이런 제페토의 성공에 이동통신사 역시 메타버스 시장 확보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9일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기반으로 국내 메타버스의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SK텔레콤은 현재 이프랜드에 여러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메타버스 세계를 만들고 소통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간다는 목표다. 특히 올해 안에 이프랜드 내에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마켓 시스템’을 선보이고, 이프랜드 내에서 통용되는 전용 화폐 도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도 지난 19일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기반으로 국내 메타버스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SK텔레콤

◇ 금융서비스도 ‘메타버스’ 시대… 가상은행 나오나

국내 메타버스 시장의 활성화는 네이버의 제페토나 SK텔레콤의 이프랜드와 같은 단순한 VR·AR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넘어 금융서비스 및 보험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은 최근 발간한 ‘Q. 메타버스(Metaverse)? → A. 가상세계’ 보고서에서 “향후 기술발달과 함께 가상세계 구축 범위가 확대되면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 기반이 모바일 환경에서 가상세계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은행 업무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먼 거리에 있는 은행을 갈 필요가 없이 AR이나 VR 전용 디바이스를 착용한 후 앱(App) 혹은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의 은행 점포에 방문하고, 디바이스를 통해 홍채인식 등의 본인 절차를 마친 후 은행에서 통장 발급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기존의 은행에 방문해야 할 수 있던 PB업무(PB(Private Banking)를 선택하면 가상의 AI상담사가 나타나 대화를 통해 상담 업무를 진행하는 등 ‘디지털 트윈’ 방식으로 서비스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고, 고객은 점포 방문 없이 전담 은행원, 버틀러(butler) 수준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메타버스는  네이버의 제페토나 SK텔레콤의 이프랜드와 같은 단순한 VR·AR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넘어 금융서비스 및 보험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Gettyimagesbank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메타버스 도입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주관하고 있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미래 금융사업 기반 다지고 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는 현재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통신3사 등 국내 대표 IT기업 등이 참여했다.

흥국생명 역시 30일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탑승했다. 흥국생명은 신사업 및 신기술협업 분야는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금융상담 △AR/VR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서비스 △반려인 및 반려동물 친밀도를 높이는 메타버스 기술 등 메타버스 플랫폼 속 라이프사이클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사업을 목표로 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하나은행은 현재 조직 내에 ‘디지털혁신TFT’ 신설하고 MZ세대 소비자를 위한 메타버스 공간 구축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직원들의 메타버스 활용을 위해 ‘개더 플랫폼’을 이용한 ‘KB금융타운’을 오픈했다. 비대면 금융채널 테스트베드인 KB금융타운에서는 영업점 방문을 통해 대출·보험상담, 홍보·채용상담 등이 가능하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개인이 상호관계를 맺는 ‘가상사회’인 만큼 이에 대한 윤리 및 법률, 정책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SK텔레콤 기자간담회

◇ 아직 갈 길 먼 메타버스… “정책적 안정성 뒷받침 돼야”

다만 IT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메타버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기술 발전 및 시장 성장에 맞춘 정책 및 법률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활동에 대한 현실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상거래가 이뤄질 경우 과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메타버스 시스템이 해킹되거나 침해될 경우 이용자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는 개인 간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모욕・비하・인신공격과 같은 개인 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의 법・제도와 메타버스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에서의 행위가 도덕적·윤리적으로 어긋난 행동인지,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의 가상의 ‘방(Room)’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행동인지, 아바타를 폭행하거나 메타버스 내 소지품 등을 훼손시키는 행위가 범죄인지에 대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스토킹·성희롱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준 마련은 필수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서비스를 종료한 아동용 온라인 게임 ‘짱구는 못말려 온라인’의 경우, 몇몇 성인 유저들이 다수의 아동용 유저를 대상으로 심각한 폭언 및 성희롱을 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아울러 향후 메타버스가 일상생활 플랫폼으로 확산될 경우를 대비한 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와 10대를 위주로 메타버스 시장이 주도되고 있는 만큼 IT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 및 노년층이 메타버스의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의 작성자인 국회입법조사처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메타버스는 현실을 모방한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소통하고 공동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비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기 위한 법・제도 모색,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현실사회 규범과의 조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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