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뒤에 숨은 환경오염은 얼마나 될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환경오염’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무수한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과 화력발전소,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등의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환경오염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엄청난 양의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기사를 읽고 있을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말이다. 

◇ 스마트폰 제작의 필수재료 ‘희토류’의 두 얼굴

자동차처럼 내연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발전소처럼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지도 않는 스마트폰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에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제작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중앙처리장치 AP(Application Processor:모바일AP) 살펴보자. 컴퓨터의 CPU처럼 스마트폰의 핵심 연산을 도맡는 모바일AP는 반도체칩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런 모바일AP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물이 바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다. 희토류는 란탄계열 원소 15개와 비 란탄계 2개의 총 17개 원소로 ‘첨단 IT기기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광물이다. 스마트폰의 모바일AP 제작에도 ‘당연히’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스마트폰 제작을 위해 희토류를 채굴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황산 등 유독물질이 함유된 폐수가 발생하고, 대량의 방사능물질이 유출되기도 한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스마트폰 제작을 위해 희토류를 채굴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국방재학회에 개제된 논문 ‘희토류 선광/정제 공정 중 발생된 오염원의 특성 및 처리기술’에 따르면 약 1톤의 희토류 분해침출과정에서는 황산이 포함된 6만3,000m³의 독성가스가 발생하고 20만 리터의 산성폐수 등, 1.4톤의 방사성물질 함유폐수가 발생해 근처 토양 및 하천, 지하수에 심각한 오염을 발생시킨다. 

때문에 현재 희토류 생산의 거의 대부분은 중국과 브라질, 콩고민주공화국, 아프리카 등 노동자에 대한 복지나 보상이 서방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 대규모로 생산되고 있다. 

이밖에도 희토류는 스마트폰의 ‘얼굴’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의 ‘심장이라 불리는 배터리를 제작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스마트폰의 ’피부‘에 해당하는 몸체를 구성하는 부분은 플라스틱과 실리콘들이 사용된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엘리자베스 자르딤 캠페이너는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 10년의 비밀’ 보고서를 통해 “2007년 이후 2017년까지 약 10년간 71억대의 스마트폰이 생산됐다”며 “스마트폰 제조에 60개 이상의 희귀광물이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기기 한 대 당 각 성분의 양은 적지만, 70억 대라면 사정은 판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스마트폰 제조 및 운송과정 자체에서도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방출된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 스마트폰, 제조·운송과정에서 온실가스 ‘펑펑’

다음 단계인 스마트폰를 구성하는 원자재들 넘어 그것의 제작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보자.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스마트폰 제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스마트폰 자체의 제작 및 공정 및 핵심 부품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을 고려해본다면 상당히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는 지난 2017년 발간한 ‘혁신을 위한 선순환, IT산업과 순환경제’ 보고서를 통해 수명주기평가(LCA)를 고려해 스마트폰 1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 중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8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자료를 애플의 아이폰6 플러스 모델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환산해보면 스마트폰 1대는 생산 과정(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81%)에서 약 89.1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스마트폰 모델이 아이폰6 플러스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재 연간 12억대 정도의 스마트폰이 출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 해 약 1억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스마트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제조과정뿐만 아니라 완성된 스마트폰이 당신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 자동차, 배, 비행기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운송수단의 이용이 필수적인 만큼도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시 그린피스의 자료를 이용해 추정해본다면, 운송과정에서 스마트폰 1대가 올 때까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대략 4.4kg이다. 전체 스마트폰이 운송되는 과정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500만톤에 이른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이 그 스마트폰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만 약 100kg에 육박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그 순간조차 온실가스 배출에서 안심할 수 없다. 학계에 따르면 하루 동안 스마트폰 1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660g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 문자만 보내도 온실가스 배출… 폐기 스마트폰도 문제

자, 희토류 채굴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오염물질 배출과 환경훼손, 제조 및 운송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넘어 스마트폰은 당신의 손으로 들어왔다. 과연 이것으로 끝일까. 놀랍게도 마지막 단계들이 남아있다. 바로 사용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 문제다.

글로벌 학술지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게재된 ‘Assessing ICT global emissions footprint: Trends to 2040 & recommendations(2018)’ 논문에 따르면 하루 동안 스마트폰 1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660g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간한 국내자동차 에너지소비 효율분석집(2020)에 따르 승용차 1대는 1km를 달릴 때 14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즉, 시속 80km로 승용차 1대가 약 4.43km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스마트폰을 하루 동안 사용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셈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와이파이, LTE, 5G 등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이용되는 전력 생산, 데이터센터 서버 운영 등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들이 간접적으로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폐기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은 골칫거리다. 짧은 교체 주기로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스마트폰 전자 폐기물은 새로운 환경오염의 골칫거리로 꼽힌다./ 사진=에코티엔엘, 뉴시스

스마트폰을 전부 사용한 후 폐기하는 과정도 문제다. 시장조사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주기는 대략 2.3년 정도다. 각 제조사의 최신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층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교체주기는 좀 더 짧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엄청나게 많은’ 환경오염단계를 거치며 탄생한 스마트폰은 아직 ‘쌩쌩’한 상태에서 3년도 되지 않아 버려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스마트폰은 다시 ‘엄청나게 많은 오염단계’를 거치며 재생산된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전 세계에 버려지는 전자폐기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하는 상태다.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버려진 스마트폰 등 소형 IT제품의 전자폐기물양은 전 세계적으로 300만톤에 달했다. 지난 2018년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연간 4,000~5,000만 톤 이상의 전자 폐기물이 버려지며, 연간 버려지는 폐스마트폰의 숫자는  무려 2,000만 여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스마트폰 하나의 제품을 제조하는데 엄청난 양의 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되지만, 스마트폰은 복잡한 디자인으로 인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재활용이 어렵다”며 “제조사들은 사회 환경적인 책임을 가지고, 생산-폐기의 소모적인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사회가 도래한 만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개발을 줄이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이용자들 모두 제조과정에서의 오염을 줄이거나, 사용시간을 줄이는 등 스마트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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