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올해 상반기 이사회 출석률이 대체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올해 상반기 이사회 출석률이 대체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과다 겸직’에 따른 논란이 끊이지 않아온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대체로 아쉬운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임원 등재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게 하림그룹 측 입장이지만, 최근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모습이다.

◇ 이사회 외면하는 김홍국 회장

하림지주·선진·엔에스쇼핑·팜스코·하림·팬오션 등 하림그룹 6개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업에서 모두 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대체로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했다.

우선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에서의 이사회 출석률은 준수했다. 총 4차례 개최된 이사회에 모두 출석해 100%의 출석률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상장 계열사에서의 출석률은 180도 달랐다. 엔에스쇼핑에서는 2차례 이사회 중엔 1번만 출석해 50%의 출석률을 기록했고, 7차례 이사회를 개최한 팬오션에서는 3차례 출석으로 43%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또한 선진이 개최한 26차례 이사회 중엔 4차례만 출석해 15.38%의 출석률을 기록했고, 팜스코의 3차례 이사회엔 아예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하림의 경우 각 사내이사의 구체적인 출석 여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김홍국 회장의 출석률이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상반기 개최된 6차례 이사회 중 3명의 사내이사가 모두 출석한 적은 없었으며, 이에 대해 하림 측은 “김홍국 회장은 모든 이사회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김홍국 회장의 이 같은 이사회 출석률은 비단 올해에만 그치지 않는다. 앞서도 하림지주에서는 100%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했지만, 다른 상장 계열사에서는 저조한 출석률을 이어왔다.

엔에스쇼핑에서의 이사회 출석률은 △2018년 67% △2019년 33% △2020년 33%였다. 팬오션에선 △2018년 70% △2019년 38% △2020년 75%를 기록했고, 선진에선 △2019년 3% △2020년 3.6%의 출석률을 남겼다. 팜스코에서도 △2016년 32% △2017년 31.6% △2018년 6% △2019년 57.7% △2020년 7.7%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측은 김홍국 회장의 계열사 등기임원 등재 자체가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등기임원으로 재직하지 않으면서 지분을 앞세워 회사 경영에 개입·관여하고, 정작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ESG 경영’이 재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사회 출석률이 강조되고 있는 것 또한 분명 사실이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는 ‘ESG 경영’의 한 축인 ‘G(governance, 의사결정구조)’의 핵심이며, 이사의 이사회 출석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룹 수장이 저조한 출석률을 기록하면서도 이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ESG 경영’ 역행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대기업 오너경영인들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지적한 경제개혁연대는 “총수일가가 이사로서의 권한을 누리면서 그에 부합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사회에 출석할 의사가 없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주주와 회사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매년 주요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할 경우 이사로서 업무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김홍국 회장은 앞서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꾸준히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국민연금은 2014년 하림, 2017년 선진 및 팜스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홍국 회장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과도한 겸임’이 반대의 이유였고, 여기엔 불성실한 이사회 출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포함됐다. 가깝게는 불과 지난 3월에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김홍구 회장의 하림지주 시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이유는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홍국 회장은 반성과 개선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자신을 향한 우려를 고스란히 현실로 이어가고 있다. 김홍국 회장의 ‘마이 웨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