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전년 대비 판매대수↑… 르노삼성 XM3는 반토막
존재감 미미한 트랙스, 캡처는 꺾었다… 1∼8월 누적 판매 2배 차이
‘양사 판매대수 차이=소형 SUV 부문 차이’… 이쿼녹스 재출격 시 격차 확대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지엠(쉐보레)과 르노삼성자동차의 ‘국산차 3위’ 자리 쟁탈전이 치열하다. 상반기 실적에서는 한국지엠이 판정승을 거뒀으며, 하반기에 접어든 후에도 여전히 르노삼성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르노삼성이 추격자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양사의 입장이 뒤바뀐 배경에는 소형 SUV의 실적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는 부문은 세단과 소형 SUV, 그리고 소형 전기차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세단과 소형 전기차 모델의 판매량 차이는 크지 않다. 두 브랜드의 실적 차이가 나는 결정적인 부문은 소형 SUV다.
양사가 국내 시장에 판매 중인 소형 SUV 모델은 각각 2종씩 총 4종이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더 뉴 트랙스가 있고, 르노삼성은 XM3(뉴 아르카나)와 르노 캡처를 판매 중이다. 이 가운데 쉐보레 더 뉴 트랙스와 르노 캡처의 비중은 미미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에서도 주력으로 내세우는 모델은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주력 모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상반기 동안 내수 1만633대 판매를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7월 1,991대 △8월 2,089대가 판매돼 8개월간 총 1만4,713대의 내수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간 판매대수(1만3,819대)와 비교하면 6.5% 증가했다. 한국지엠에서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한 모델이기도 해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반면 르노삼성이 회심작으로 내놓은 XM3는 △상반기 8,086대 △7월 1,280대 △8월 1,114대 등 지난달까지 총 1만480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판매실적(2만5,878대) 대비 59.5% 폭락했다. 특히 지난 6월 르노삼성은 상품성을 강화한 2022년형 XM3를 통해 판매량 회복을 꾀했으나 8월 월간 판매대수가 경쟁모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절반 수준(약 53%)에 그쳤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삼성 XM3의 국내 판매가격만 놓고 보면 대체로 비슷하거나 상위 트림의 경우에는 르노삼성 XM3가 소폭 저렴하다. 외관 사이즈와 실내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축거)도 XM3가 더 길다. 그럼에도 판매량은 트레일블레이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이 꾸준한 이유로는 엔진을 ‘E-터보 1.35ℓ 가솔린’ 한 가지로 통일하고 차량의 트림은 7가지로 세분화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옵션도 세부적으로 구성했다.
기본 트림인 LS 등급에도 △8인치 컬러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후방 카메라 △듀얼커넥션 블루투스 핸즈프리&오디오 스트리밍 △차선 변경 및 사각지대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에센셜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단계 윗 등급인 LT부터는 에센셜 패키지와 에센셜 슬림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에센셜 슬림 패키지는 에센셜 패키지에서 ‘차선 변경 및 사각지대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 기능을 제외한 것이다. 통풍시트도 LT 등급부터 선택이 가능하다. 즉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르노삼성은 XM3를 1.6GTe(MPi)와 TCe260(터보 직분사)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나눠 판매하고 있는데, 트림은 △1.6GTe 모델 3종(SE·LE·RE) △TCe260 2종(RE·RE시그니처)으로 구성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비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다. 또 르노삼성이 자랑하는 원격 시동과 공조, 인카페이먼트 기능이 포함된 이지 커넥트 9.3인치 내비게이션과 통풍시트는 상위 등급인 RE 또는 RE시그니처에만 적용을 할 수 있는 점도 제한적으로 보인다.
트레일블레이저와 XM3 외에 존재감이 미미한 더 뉴 트랙스와 르노 캡처의 판매량도 차이가 크다. 두 모델의 올해 8개월간 실적은 더 뉴 트랙스가 2배 더 많이 판매됐다. 1∼8월 두 차종의 실적은 쉐보레 더 뉴 트랙스가 2,131대, 르노 캡처는 1,066대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더 뉴 트랙스의 지난 7월과 8월 판매실적이 각각 114대, 12대로 급락해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쉐보레 더 뉴 트랙스도 트림이 6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1.4 가솔린 터보 레드라인 프리미어 트림을 선택하고 모든 옵션을 적용하더라도 출고가가 2,500만원을 넘지 않아 가성비 SUV로 꼽힌다.
르노 캡처는 TCe260 인텐스와 에디션 파리 두 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기본 가격이 2,500만원을 초과한다. 옵션을 일부 추가하게 되면 2,700만원은 가뿐히 넘어선다. 더 뉴 트랙스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소형 SUV 부문에서 양사의 판매대수 차이는 한국지엠이 르노삼성보다 5,299대 더 많이 판매했는데, 이는 양사의 전체 판매대수 차이와 거의 비슷하다. 올해 1∼8월 내수 판매실적은 △한국지엠 4만2,791대 △르노삼성 3만8,402대로, 4,389대의 판매대수 차이를 보인다. 두 브랜드의 실적 차이가 소형 SUV 부문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한국지엠은 중형 SUV 이쿼녹스를 잠정 판매 중단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진다. 쉐보레 이쿼녹스가 재정비를 마치고 국내 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르노삼성의 중형 SUV QM6 파이를 뺏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양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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