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과도한 경쟁을 피해 손을 맞잡고 도시정비사업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건설사들이 과도한 경쟁을 피해 손을 맞잡고 도시정비사업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경쟁이 아닌 협업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높아진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2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임대를 제외한 컨소시엄 단지는 총 27개 단지가 공급됐다. 이 중 21개 단지가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경쟁률 상위 10곳 중 컨소시엄 단지가 3곳을 차지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대형 건설업체들의 컨소시엄이 잇따라 시공권을 따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GS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부산 지역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지로 꼽힌 서금사5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 공사비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대전 동구 성남동3구역 재개발사업을 맡게 됐다.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컨소시엄은 서울 서남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불리는 신림1구역 재개발 사업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이들만 참여하면서 유찰됐지만 재입찰에서도 새로운 건설사가 입찰하지 않으면 조합은 3개 건설사가 나서는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컨소시엄이 더욱 활발하다. 시공능력평가 ‘빅2’가 손을 잡기도 했다.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꾸려 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에 있는 금호벽산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두 회사가 리모델링 사업을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3,926억원 규모의 수원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의 시공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 건설사는 비용 절감 효과… 조합원은 ‘글쎄’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리는 이유는 시공사 입찰 때부터 공사 마감까지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규모 자본금이 투입되는 거대 단지의 경우 단독 입찰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적잖다. 아울러 외부에서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력 및 자재 등의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컨소시엄을 꾸려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 

또한 공사 기간 단축과 과열된 수주전에서 소모되는 홍보·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컨소시엄을 고려하게 되는 부분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컨소시엄을 꾸리며 과도한 경쟁을 피할 수 있고 부담감 역시 단독 수주 때보다는 덜하다”라며 “건설사마다 특화된 부분이 있는데 컨소시엄을 통해 아파트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조합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컨소시엄이 갖는 문제점도 있다. 가장 큰 부분은 단지의 하자보수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하자 발생 시 건설사들이 서로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는 움직임 등 때문에 입주민들만 피해를 떠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조합도 적잖다. 특히 사업성이 높은 강남과 용산 등의 지역 조합에서는 단독 입찰만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국내 주택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건설사들. 제한적인 정비사업 속에서 수주전을 통해 소모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건설사들의 컨소시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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