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윤 전 총장을 향해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민의힘이 혼란에 빠졌다. 지도부는 정확한 사안을 파악해 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당내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공세 고삐를 조이는 모습이다.

3일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뉴스버스’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최강욱, 황희석, 유시민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라는 점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손 검사는 윤 전 총장의 재판부 판사 성향 분석에 직접 개입한 사람으로 거의 ‘윤석열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물론 윤 전 총장은 이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주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1월 정권 비리 수사했던 검사들뿐 아니라 입장을 옹호하는 검사들까지 보복 학살 인사로 전부 내쫓아 민심이 흉흉했다”며 “정부에 불리한 사람에 대해선 수사가 아예 진행이 안 됐다. 피해자가 고소해도 수사할까 말까인데 고발한다고 수사하겠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당은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과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도 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정조사, 입법청문회, 공수처 고발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 의혹과 관련해 ′당무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뉴시스

◇ 당내 주자들 해명 요구… 이준석, ‘당무감사’ 언급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여권의 공세를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청부 고발을 사주한 것인 양 보도한 것은 황당무계한 가짜 뉴스”라며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문재인 정권표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복잡한 당내 사정도 그대로 노출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논란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관훈토론회에 참여해 “추가 보도 내용까지 파악한 뒤에 신중하게 움직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야권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의 ‘악재’가 당 전체로 번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당장 ‘윤석열 대세론’과 맞물려 있는 정권 교체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역선택 논란 등으로 내홍이 불거진 대선 판도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당내 대선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윤 후보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진위에 대해 윤 후보 본인이 명확히 밝히면 될 문제”라고 일갈했다. 유 전 의원은 당 선관위가 1차 예비경선에서 토론회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을 지적하며 “당이나 선관위가 윤 전 총장과 같이 망하려고 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와 관련한 진상 규명은 진행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구체적 언론보도’를 전제로 하면서도 “결국에는 당무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논란에 정면 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그는 “(경위에 대해) 조사를 좀 해야 안 되겠나”라며 “저의 무관함이 밝혀지면 이 문제를 가지고 책임을 운운하고 공격했던 정치인들은 국민 보는 앞에서 물러가 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규명을 하게 되면 빠른 결론이 날 것”이라며 “만일 무고함이 밝혀진다면 윤 전 총장으로선 마지막 순간까지 문재인 정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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