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고개를 들어 네 통장 잔고를 살펴보렴.” 

“일하기 힘들어”라는 말에 아주 가까운 친구사이에서나 할 법한 이 짓궂은 답변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챗봇 ‘심심이’다. 

심심이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귀여운 건방짐’이 주요하다고 볼 수 있다. 친한 친구와 약한 욕설을 섞어가며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흥미를 끌 수 있는 언어가 부끄럽게도 ‘욕설’인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심심이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예의 바른’ AI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인간과 유사하게 말할 수 있는 심심이의 어투 연구에 좋은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 AI분야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귀엽고 재미있다고 해서 심심이와 같은 AI가 허구헌날 모욕적이고 건방진 발언을 하는 것이 용납될 수는 없다. 실제 산업과 사회 서비스에 AI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상황과 대화 상대와 맞게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가 AI에게 “너무 우울하다”라고 말했을 때 제대로 된 답변을 학습 받지 못한 AI가 “응, 네 잘못이야”라고 답변을 한다면 상당히 무례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나 ‘일제 강점기 위안부 강제 징용’ 등의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조롱 및 역사왜곡, 디지털 성범죄 등에 AI를 악용할 위험도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심심이와 같은 인간적인 AI들에게 틀에 박힌 듯 딱딱한 대답만을 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처럼 말할 수 있는 심심이의 매력을 없애버리는 것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AI 산업을 저해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AI와의 대화가 인간과의 대화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시에 혐오 표현이나 심각한 욕설을 하지 말도록 어떻게 교육시켜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심심이가 AI개발자들과 이용자들에게 안겨준 ‘AI의 예절 교육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어려운 숙제다. 

옛 속담 중에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의 행동거지를 통해 부모의 모습을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부모의 자식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담이다. AI는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일종의 ‘자식’이다. 그러므로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여과 없이 흡수하고 있는 AI에게 어떤 예절을 가르칠지는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받은 AI가 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 스스로의 도덕적·윤리적 수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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