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 후보 1,477개, 3년 전 대비 158%↑… 합성신약·항암제 개발 활발
라이선스 인·아웃 활성화 등 오픈 이노베이션 가속

제약업계가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 픽사베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약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1,5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개발이 진행되는 신약의 수가 최근 3년 사이 1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R&D 투자를 확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과 라이선스 이전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93개사에서 1,477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9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같은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는 협회가 지난 2018년 실시했던 조사결과(100개사 573개) 보다 15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후보물질 발굴 등 R&D 초기 단계부터 임상 3상에 이르는 연구개발 전주기 과정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이 3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파악된 파이프라인들을 유형별로 들여다보면 합성신약이 총 599개(40.6%)로 개수와 비중이 가장 크다. 이어 바이오신약의 수가 540개(36.6%)며, 천연물 등 기타 신약 338개(22.9%) 순이다.

2018년 조사 당시에는 R&D 진행 중인 합성신약이 225개로, 개발 중인 바이오신약의 개수 260개보다 적었다. 3년 사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합성신약 개발에 집중한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3년 전 개발이 진행되던 기타신약은 88개 수준에서 338개까지 급증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단계별 후보군 수. 임상 2상과 3상 단계에 도달한 신약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임상단계에서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은 임상 2·3상 단계 수준까지 진행된 신약은 △임상 2상 169건(11.4%) △임상 3상 116건(7.9%) 등으로 19.3%에 달한다. 전 과정에서 3년 전 조사 대비 2배 이상 수가 확대됐으며, 특히 임상 3상의 증가세(274.2%)가 가장 가파르다.

이는 2018년에 후보물질 또는 비임상단계에 있던 물질들이 개발단계(임상단계)로 전환되고, 임상 1상 혹은 2상의 물질들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질환별로는 항암제(317개, 21.5%) 개발이 가장 활발하며, 이 가운데 임상 2·3상 단계의 항암제는 각각 25개, 10개 등 모두 35개로 조사됐다. 이어 △대사질환(173개, 11.7%) △신경계통(146개, 9.9%) △감염성질환(112개, 7.6%) △소화계통(79개, 5.3%) 순으로 집계됐다.

신약개발과 함께 최근 3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 라이선스 인·아웃을 대폭 활성화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선스 이전은 2019년 36건에서 2020년 105건, 2021년 1분기 85건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벤처사의 라이선스 이전 건수가 250건으로, 대·중견기업(81건)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라이선스 이전의 파트너를 분석한 결과 대·중견기업은 외자 기업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17건) 비중이 높았다. 중소·벤처사는 △국내 중소벤처(64건) △외자기업(50건) △대·중견기업(35건) 등 고른 분포를 보여 바이오벤처와 제약기업, 외자기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형태의 개방형 혁신이 활기를 띄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로 변모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1,500개에 육박하는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업 간 개방형 혁신의 활성화 등 이번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성과가 기업체들의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매출 대비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16년 1조7,982억원에서 2020년 2조1,592억원으로 5년 동안 연평균 4.7%의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중도 2016년 8.9%에서 2020년 10.7%로 상승했다.

협회는 산업계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충하는 동시에, 개방형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영세한 규모를 극복해야만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신약개발에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임상 3상 등 후기 임상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한 두 기업이나 품목의 성공을 뛰어넘어,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들로 이뤄진 산업군 전반의 인프라와 R&D 역량이 강화될 때 글로벌 제약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규모는 물론 내용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 의지와 과감한 투자가 산업 토양과 체질을 바꿔놓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신약 개발 촉진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라이센싱 이전 등 오픈이노베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기술이전에서 나아가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완주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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